미국과 유럽이 은행 규제 부담을 낮추거나 제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정책 환경이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가상자산 직접 규제 변화는 아니지만 은행의 시장조성·중개·트레이딩 여력에는 간접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3월 19일 대형 은행 자본규제 현대화 제안을 발표했다. 세 기관은 이 제안이 자본요건을 간소화하고 위험과 자본 산정을 더 정교하게 맞추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은행 시스템의 안전성과 건전성은 유지한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연준은 이번 제안으로 전체 은행권 자본 수준이 소폭 낮아질 수 있지만 금융위기 전보다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요건은 은행이 손실에 대비해 보유해야 하는 자본 기준이다. 규제가 낮아지면 은행의 대차대조표 운용 여지가 커질 수 있지만, 금융안정 장치가 약해지는지 여부가 함께 쟁점이 된다.
로이터는 이 제안이 월가 대형 은행의 자본요건을 4.8%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수치는 확정 규정이 아니라 제안안 기준이다. 연준은 6월 24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결과가 대형 은행 자본요건에 즉시 반영되지 않고, 현재 요건은 2027년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이미 올해 2분기 실적에서 강한 트레이딩·투자은행 수익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순수익 203억3800만 달러(약 28조7783억원), 순이익 66억3000만 달러(약 9조3815억원), 주당순이익 20.98달러를 공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분기 순이익 91억 달러(약 12조8765억원), 희석주당순이익 1.21달러를 공시했고, 글로벌마켓 부문 매출은 71억 달러(약 10조465억원)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은행 경쟁력 논의를 본격화했다. EU 집행위원회는 7월 17일 은행 부문 경쟁력 통신문을 채택하고, 더 통합되고 효율적인 은행시장을 만들기 위한 조치를 제시했다. 집행위원회는 2027년 1분기 입법 제안을 예고했으며, 단일 은행시장 강화, 비례성 확대, 규제 단순화, 예금보험체계 보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유럽연합 법령정보시스템 EUR-Lex에 공개된 COM(2026) 615는 EU 은행 경쟁력 제고를 위해 output floor, unrated corporates, mortgage lending 관련 전환조치와 시장위험 자본요건의 장기 조정 가능성을 담았다. 이는 단순한 자본요건 인하보다 은행 규정의 적용 방식과 전환 기간을 조정하는 성격이 강하다. 제도 개편 폭은 향후 회원국 협상에서 다시 좁혀질 수 있다.
쟁점은 단순한 완화 경쟁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4월 14일 유로존 은행 경쟁력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조화, 통합, 규모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ECB는 자본요건이 다른 관할권과 대체로 비교 가능하며, 자본요건이 은행 효율성이나 대출 능력을 제약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ECB도 규정의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이고 국경 간 은행 통합을 넓히는 방향에는 동의했다. 6월 19일에도 유럽 자본요건이 다른 관할권보다 더 엄격하다는 증거는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후 로이터는 ECB가 은행 자본요건 인하 요구를 거부했지만, 계산방식 단순화와 완충자본 축소는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유럽 논의의 배경에는 미국 은행과의 규모 격차가 있다. 로이터는 EU 보고서가 국경 간 은행 결합 장벽과 회원국의 정치적 개입을 줄이려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유럽 은행들이 자국 경제 안에서는 크지만 EU 전체나 국제 경쟁자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 규제는 위험자산 시장에도 우회적으로 닿는다. 대형 은행은 채권·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 시장조성과 중개 기능을 맡고, 기관투자자 거래의 유동성 통로 역할도 한다. 자본 산정 부담이 낮아지면 일부 거래 활동의 비용이 줄 수 있지만, 실제로 어느 자산군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최종 규정과 내부 리스크 한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 점이 특히 간접 변수로 해석된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 규제 완화는 이번 논의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은행의 위험자산 취급 여건과 기관 유동성 환경이 바뀌면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 상장지수상품, 수탁·중개 서비스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비트코인 ETF 유입과 거시 유동성 변화가 위험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바 있다. 이번 은행 규제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직접적인 가상자산 정책 변화보다 금융기관의 자금 운용 여건을 보는 사안에 가깝다.
따라서 이번 흐름을 미국이 규제를 풀었고 유럽이 그대로 따라간다는 구도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대형 은행 자본 산정 방식을 손보고 있고, 유럽은 경쟁력 제고와 금융안정 장치를 함께 조정하려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7년 1분기에 은행 경쟁력 관련 입법 제안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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