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스톰(Roman Storm)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공동창업자의 무허가 송금사업 공모 유죄 평결이 유지되면서, 오픈소스 개발자의 형사책임 범위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 법무부 뉴욕남부연방지검은 2025년 8월 6일 배심원단이 스톰에게 무허가 송금사업 공모 혐의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토네이도 캐시가 10억 달러(약 1조3950억원) 넘는 범죄 수익 이동에 쓰였고, 라자루스 그룹 관련 자금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돈세탁 공모와 제재 위반 공모 혐의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검찰은 2026년 3월 9일 두 혐의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며 2026년 10월 5일 또는 12일 개시를 제안했다.
스톰 측은 무죄 판단 요청이 먼저 심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카트린 폴크 파일라(Katherine Polk Failla) 판사는 2026년 4월 9일 심리에서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쟁점은 개발자가 코드를 쓴 행위와 제3자가 그 코드를 범죄에 이용한 행위 사이에 형사책임의 선을 어디에 긋느냐다. 검찰은 스톰이 토네이도 캐시 운영과 홍보, 인프라 비용 지급, 수익 구조에 관여했다고 봤다.
변호인단과 디파이 업계는 토네이도 캐시가 비수탁형 오픈소스 프로토콜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배포 뒤 개발자가 사용자의 거래를 통제할 수 없었다는 반론이다.
토네이도 캐시는 이더리움(ETH) 기반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이다. 여러 이용자의 입출금을 섞어 거래 추적성을 낮추는 구조로, 이용자가 자신의 지갑을 직접 통제하는 비수탁형 방식이 핵심이다.
이번 사건은 토네이도 캐시 재판의 쟁점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책임 범위로 넓힌 앞선 공방과 같은 흐름에 있다. 한국 독자에게도 비수탁형 지갑, 프라이버시 프로토콜, 스마트컨트랙트 개발자가 이용자 자산을 직접 보관하지 않아도 송금사업자나 공모 책임을 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이어진다.
미국 정부의 메시지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미국 재무부는 2025년 3월 21일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했지만, 북한 관련 해킹과 자금세탁 우려는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제재 해제는 특정 주소와 서비스에 대한 경제제재 집행 판단이고, 형사사건은 개인의 고의와 공모 여부를 따지는 절차다. 토네이도 캐시 제재가 풀렸다고 해서 스톰의 형사책임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마태오 게일로티(Matthew R. Galeotti) 미 법무부 형사국장 대행은 2025년 8월 21일 연설에서 “악의 없이 코드를 쓰는 것만으로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분산돼 있고 제3자가 사용자 자산을 보관·통제하지 않는 소프트웨어에는 새 무허가 송금사업 기소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다만 게일로티 대행은 사기, 돈세탁, 제재 회피처럼 고의가 있는 경우는 계속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자 보호 원칙을 말하면서도 범죄 목적과 결부된 행위에는 기존 수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의회도 개발자 책임 문제를 따로 다루고 있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미국 상원의원은 2026년 1월 12일 론 와이든(Ron Wyden) 상원의원과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을 발의하며 “사용자 자금을 통제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인프라 제공자는 연방법상 송금사업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루미스 의원은 2026년 7월 22일 클래리티법 최신안도 공개했다. 이 법안들은 개발자와 인프라 제공자의 책임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스톰 사건이 입법 논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톰 사건은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다. 남은 두 혐의의 재심 여부, 무죄 판단 요청 결과, 유죄 평결에 따른 선고 절차가 각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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