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개 법인 시범, 한국 가상자산 제도권 문턱 선다

| 이도현 기자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무게중심이 개인투자자 거래에서 기관용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법인 계좌 허용, 토큰증권 법제화, 예금토큰 실험, 가상자산사업자 규정 강화가 같은 방향에서 맞물리고 있다.

비트코인닷컴 뉴스는 앤드루 박(Andrew Park) 팩트블록 최고경영자가 한국 시장의 관심사가 토큰 가격이나 거래소 상장에서 수탁,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인프라, 규제 체계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팩트블록은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를 운영하는 국내 블록체인 행사·생태계 기업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법인 접근권이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13일 법인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은 하반기 시범 단계에서 상장사와 등록 전문투자 법인 등 약 3500개 법인을 대상으로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금융회사는 대상에서 제외됐고, 일반 법인은 시장 상황과 후속 입법을 본 뒤 검토하는 구조로 남았다.

3500개 법인이라는 숫자는 전면 개방을 뜻하지 않는다. 1단계는 비영리법인과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각 목적 계좌에 맞춰졌고, 2단계는 위험 감내 능력이 있는 일부 기관투자자 시범에 한정됐다.

은행과 거래소의 심사도 전제 조건이다. 거래 목적 확인, 자금 출처 검증, 내부통제 점검, 제3자 수탁 활용 등이 함께 요구되면서 법인 진입은 허용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힌 형태로 설계됐다.

토큰증권은 별도 축으로 제도권에 들어왔다. 국회는 2026년 1월 15일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금융위원회는 개정 법률이 분산원장을 증권 등록 장부로 인정하고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채권, 수익권 같은 권리를 전자증권 형태로 쪼개 발행·유통하는 구조다. 기존 가상자산 거래와 달리 자본시장 규율 안에서 발행인, 투자자 보호, 유통시장 운영 기준을 함께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결제 인프라 쪽에서는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3월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본격 추진을 알렸고, 2026년 1월 28일에는 LG CNS와 함께 한강 플랫폼이 에이전틱 상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개념검증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2026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는 에이전틱 AI가 예금토큰을 활용해 결제를 자동 수행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디지털 결제에 쓰는 토큰형 지급수단으로,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감독 기준은 더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8월 11일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요건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주요 주주 심사 범위를 넓히고 부채비율, 내부통제, 전산·보안 체계, 고객확인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 규정은 2026년 8월 20일부터 시행됐다.

수탁 인프라에서는 실제 사업 움직임이 나타났다. 비트고 코리아(BitGo Korea)는 2026년 8월 20일 한국에서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을 확보했고, 기관·기업 고객 대상 수탁과 이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4000만 달러(약 554억원) 규모의 디지털자산 보험을 확보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기관이 가상자산을 보유하려면 거래소 매매 접근권보다 보관, 보험, 회계, 권한 관리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낮게 형성된 역김치 프리미엄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개인 거래 열기만으로 한국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졌고, 기관이 실제로 진입하려면 가격보다 보관, 회계, 내부통제, 법적 책임 구조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시장의 제도화는 시장 문을 한 번에 여는 방식이 아니다. 법인 계좌, 토큰증권, 예금토큰, 수탁,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따로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토큰증권 제도화 법은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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