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0억달러 현금 쥔 석유사, 횡재세 논쟁 재점화

| 김민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회사 초과이익 비판이 미국 횡재세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전쟁발 유가 상승으로 업계 현금은 불었지만 투자와 자사주 매입은 같은 속도로 늘지 않았다는 자료가 나오면서다.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7월 28일 중간 전망에서 전 세계 업스트림 석유·가스 업계가 올해 4950억 달러(약 686조원)의 현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9개 대형 국제석유회사와 국영석유회사 몫은 2720억 달러(약 377조원)로 추산됐다.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90달러로 놓은 계산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8월 3일 백악관에서 엑손모빌(ExxonMobil·$XOM)과 셰브런(Chevron·$CVX)을 겨냥해 높은 휘발유 가격 속에 이들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커넥트 영상 설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비자 연료 가격 인하와 이익 환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각사 실적도 논쟁의 배경이 됐다. 엑손모빌은 7월 31일 2분기 순이익 145억 달러(약 20조원), 잉여현금흐름 172억 달러(약 24조원)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주주환원은 94억 달러(약 13조원)였고, 이 가운데 배당은 43억 달러(약 6조원), 자사주 매입은 51억 달러(약 7조1000억원)였다.

셰브런도 같은 날 2분기 순이익 121억 달러(약 17조원), 잉여현금흐름 181억 달러(약 25조원)를 공개했다. 두 회사의 합산 순이익은 266억 달러(약 37조원)에 이른다.

다만 현금 증가가 곧바로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드맥킨지는 같은 자료에서 49개 대형사의 투자예산이 대체로 유지됐고, 자사주 매입도 급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당 증액 여부는 해당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톰 엘러콧(Tom Ellacott) 우드맥킨지 기업 리서치 수석부사장은 “대부분 기업은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투자를 늘리기보다 현금을 재무제표에 쌓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현금흐름을 키웠지만 기업들이 당장 설비투자 확대보다 재무 안정성을 우선했다는 뜻이다.

횡재세는 통상 외부 충격으로 기업이 얻은 초과이익에 별도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석유·가스 업계에서는 전쟁, 공급 차질, 급격한 유가 상승처럼 기업 자체의 생산성 개선보다 시장 환경 변화가 이익을 키웠을 때 과세 논쟁이 반복된다. 쟁점은 그 이익을 기업 재투자와 주주환원에 맡길지, 세금으로 거둬 소비자 부담 완화에 쓸지다.

의회 쟁점도 이미 형성됐다. 미국 하원에는 로 칸나(Ro Khanna) 의원이 3월 17일 빅오일 횡재이익세 법안(Big Oil Windfall Profits Tax Act)을 발의했고, 상원에는 셸던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의원이 같은 날 같은 이름의 법안을 냈다. 법안은 원유 횡재이익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세수를 개인 납세자에게 환급하는 구조다.

화이트하우스 의원실은 별도 설명자료에서 대형 석유회사가 배럴당 기준 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내고, 징수액은 분기별 환급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면 연 330억 달러(약 46조원)를 거둘 수 있고, 단독 신고자는 연 216달러(약 30만원), 부부 공동 신고자는 324달러(약 45만원)를 받을 수 있다는 추산도 함께 냈다.

찬성 진영의 논리는 소비자 부담 완화에 맞춰져 있다. 전쟁과 공급 충격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른 만큼 그 과정에서 생긴 초과이익 일부를 가계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와 생활물가로 이어져 저소득층 부담을 키운다는 점이 과세 논리의 근거로 제시된다.

업계 반론은 투자 위축에 집중돼 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제가 투자와 생산 확대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징벌적이거나 불확실한 세금은 장기 투자와 에너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 구조상 석유회사의 현금 사용은 배당, 자사주 매입, 설비투자, 부채 축소 사이에서 결정된다. 유가가 높을 때는 현금흐름이 빠르게 늘지만, 장기 프로젝트 투자는 인허가와 수요 전망, 지정학 리스크를 함께 따진다. 이 때문에 초과이익 과세는 단기 물가 대응과 장기 공급 투자 사이의 충돌로 번지기 쉽다.

한국 독자에게 이 논쟁은 미국 내 정유사 이익 다툼에 그치지 않는다. 이란 리스크와 유가 변동은 원유 수입국의 물가와 에너지 비용으로 이어진다.

이번 사안은 초과이익을 기업에 남길지, 세금으로 거둬 소비자에게 돌릴지를 둘러싼 미국 세제 논쟁으로 좁혀진다. 하원과 상원 법안은 발의 단계에 있으며, 실제 시행 여부와 세율·환급 방식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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