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거래소에 20억나이라 자본금 요구

| 김하린 기자

나이지리아가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수탁사에 ₦20억 최소 자본금을 요구하는 규정 초안을 내놨다. 초안이 확정되면 현지 법인 없이 나이지리아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글로벌 크립토 플랫폼의 영업 방식도 바뀔 수 있다.

나이지리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일 ‘디지털 및 가상자산 운영·수탁·시장 규칙’ 초안을 공개했다. 적용 대상은 나이지리아 안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거주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디지털 채널로 나이지리아 투자자를 겨냥하는 주체까지 포함한다.

초안은 디지털자산거래소와 디지털자산수탁사에 각각 ₦20억 최소 자본금을 요구했다. 등록비는 ₦3000만, 처리비는 ₦10만, 신청비는 ₦30만으로 제시됐고, 최소 납입자본의 25% 이상을 보장하는 피델리티 본드도 요구 항목에 들어갔다.

등록 요건도 원격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렵게 설계됐다. 사업자는 나이지리아에 법인을 세우고 등록 사무소를 둬야 하며, 최고경영자나 이에 준하는 주요 책임자도 나이지리아에 거주해야 한다.

감독 접근권도 넓게 잡았다. SEC는 운영, 거래, 재무, 리스크, 지갑, 수탁, 결제 데이터에 대해 API 기반 또는 전자적 접근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플랫폼에는 현지 법인 설립뿐 아니라 내부 데이터 체계까지 나이지리아 감독 기준에 맞춰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상품 제한도 크다. 디지털자산거래소는 장외거래, 개인 간 거래, 자동화마켓메이커, 유동성 풀, 자기매매, 파생상품, 무기한 스와프, 차액결제거래, 레버리지 토큰 등을 임의로 운영할 수 없다. 위원회의 명시적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테이킹, 대출, 차입, 수익 발생형 상품, 디파이 접근도 별도 승인과 공시, 통제 요건을 따라야 한다. 초안은 거래소의 단순 등록을 넘어 실제 상품 구성과 위험 관리까지 감독 범위에 넣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규정은 나이지리아 이용자의 달러 연동 자산 접근과 맞닿아 있다. 초안은 외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미상환 부채의 120% 이상 준비자산을 요구했다. 나이라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100%,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150~200% 담보 요건이 제시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의 2024년 암호화폐 유입 중 65%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이었고, 2025년 디지털자산 이용자는 259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송금과 해외 결제의 대안으로 쓰이는 만큼, 준비자산 규정은 발행사 규제를 넘어 이용자 접근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금 기준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숫자가 아니다. SEC는 1월 16일 이미 디지털자산거래소와 수탁사의 최소 자본금을 ₦20억으로 올렸다. 8월 초안은 이 기준 위에 현지 법인, 데이터 접근, 상품 승인,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요건을 더한 형태다.

제도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나이지리아는 2022년 디지털자산 규칙을 마련했고, 올해 1월 자본금 기준을 높였다. 8월 13일에는 가상자산사업자 3곳을 가속 규제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 추가로 편입했다.

업계 반응은 갈렸다. 테크카발(TechCabal)은 2월 나이지리아 블록체인 이해관계자협회가 SEC에 낸 입장문에서 현행 자본 기준을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disproportionate burden”으로 봤다고 보도했다. 협회는 혁신 단계, 성장 단계, 기관형으로 나누는 3단 자본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규제 틀 안으로 들어오는 사업자에는 승인 절차가 열려 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시장 진입 자체를 막기보다 현지 법인화와 감독 접근, 상품 승인을 전제로 영업을 허용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초안은 단순한 현지 규제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거래소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접근성이 국가별 규제 요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플랫폼의 지역별 서비스 정책과 스테이블코인 유통 구조를 함께 봐야 하는 사안이다.

초안은 아직 확정 규정이 아니다. SEC 공식 페이지는 의견 제출 기한을 공개일로부터 2주로 안내했다. 공개일 기준 계산상 마감일은 9월 3일이며, 마감 시각과 시간대는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확인은 나이지리아 SEC 공식 공지와 초안 문서, IMF 자료, 테크카발 보도를 대조해 진행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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