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주식교환 가액, 공정가액으로 바뀐다

| 강이안 기자

상장사의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가액 산정 기준이 시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바뀐다. 공개매수 뒤 남은 소수주주 지분을 현금으로 정리하는 거래에도 새 기준이 적용돼 보상 가격 산정 방식이 달라진다.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합병, 분할합병,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때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가액을 적용하도록 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 주식을 전부 넘겨받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다. 현금교부형은 모회사 주식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반대 주주도 지분을 넘기게 돼 상장폐지 과정에서 잔여 지분 정리에 활용돼 왔다.

쟁점은 가격이다. 현행 방식은 최근 종가를 중심으로 가액을 산정한다. 공개매수가 진행되면 주가가 공개매수가에 가까워질 수 있고, 이후 주식교환 가액도 공개매수가와 비슷해지는 구조가 생긴다.

소수주주 측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자산가치나 수익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시장 가격이 공개매수가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교환가액 기준으로 삼으면 보상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연합인포맥스는 MBK파트너스가 커넥트웨이브 지분을 약 86%까지 확보한 뒤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잔여 소수주주 지분을 주당 1만8000원에 매수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사례를 전했다. 당시 소수주주 1170명은 교환이 불공정하다며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심혜섭 변호사는 과거 세미나에서 “공개매수가는 지배주주가 철저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임의로 부르는 호가인 반면, 주식교환 가액은 강제로 지분을 뺏기는 주주를 위해 객관적으로 산정되어야 하는 보상 가액”이라고 말했다. 공개매수가와 교환가액을 같은 선에서 다루는 방식 자체가 소수주주 보상 논리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절차도 손본다. 이사회는 가액 적정성 등을 담은 의견서를 공시해야 한다. 외부평가도 의무화된다. 계열회사 간 거래에서는 감사나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도록 해 경영진 영향이 평가 절차에 과도하게 작용할 여지를 줄였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가가 아닌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했다. 통상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이나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보유 주식을 사 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이번 개정은 절차상 반대권과 가격 산정 기준을 함께 손질한 조치다.

시장에서는 골프존홀딩스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에스제이투자홀딩스는 골프존홀딩스 주식을 주당 6700원에 공개매수했고, 의결권 기준 85% 이상을 확보했다. 공개매수신고서에는 향후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상장폐지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수주주 측은 공개매수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35배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미국계 펀드 터톤캐피탈은 이사회에 교환가액 산정 근거를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연합인포맥스는 전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국내 상장사 구조 재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쓰였다. 본지는 앞서 신세계푸드가 이마트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마치고 상장폐지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모회사가 됐다.

크립토 업계와 맞닿은 사례도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 뒤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다만 두나무 사례는 현금교부형이 아니라 주식교환 구조로, 이번 논란의 핵심인 소수주주 현금 정리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개정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의 가격 산정 기준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려는 성격이 강하다. 다만 공정가액 산정이 실제로 얼마나 객관성을 확보할지는 외부평가기관 선정과 이사회 의견서 공시의 충실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자본시장법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후 이사회가 결의하는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안건부터 새 기준이 적용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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