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폰테스 2026년 3분기 초기 출시

| 류하진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토큰화 금융시장의 결제 기준을 중앙은행 돈에 두는 로드맵을 다시 제시했다. 토큰화 자산 자체보다 분산원장기술(DLT) 시장의 결제를 민간 결제자산이나 스테이블코인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데 초점이 있다.

피에로 치폴로네(Piero Cipollone)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는 3월 23일 연설에서 유럽의 토큰화 자본시장이 “탐색에서 생산” 단계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이후 유럽 발행자들이 DLT 기반 채권을 약 40억유로 규모로 발행했고, 2024년 유로시스템 실험에서는 9개 관할권에서 약 16억유로 규모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유럽의 토큰화 논의가 개념 검증을 넘어 실제 발행과 결제 실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거래 규모만으로 시장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결제 자산과 법제, 시장 인프라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중앙은행이 내놓은 전략은 폰테스(Pontes)와 아피아(Appia) 두 축이다. 폰테스는 시장의 DLT 플랫폼과 TARGET 서비스를 연결해 토큰화 도매거래를 중앙은행 돈으로 결제하도록 하는 단기 인프라다.

유럽중앙은행은 폰테스의 초기 출시를 2026년 3분기로 제시했다. 7월 22일 행사 자료에서는 사용자 테스트가 2026년 8월 시작된다고 안내했다.

아피아는 장기 설계도에 가깝다. 유럽중앙은행은 3월 11일 공개한 아피아 로드맵에서 2028년까지 유럽 토큰화 금융생태계의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2028년은 유럽 토큰화 시장의 완전 상용화 시한이라기보다 핵심 원칙과 권고, 설계 방향을 정리하는 목표 시점으로 봐야 한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폰테스의 파일럿 시작을 2026년 3분기로, 정식 가동을 뜻하는 고라이브(go-live)를 2028년 1분기로 적었다.

일정 해석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유럽중앙은행 문서의 ‘2026년 3분기 초기 출시’와 이탈리아 중앙은행 자료의 ‘2028년 1분기 고라이브’는 같은 단계를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치폴로네 집행이사는 토큰화 시장이 커지려면 토큰화된 중앙은행 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 돈이 없으면 민간 결제자산이나 스테이블코인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유럽중앙은행의 문제의식은 스테이블코인을 배제한다는 뜻보다 토큰화 금융의 기준 결제 자산을 공공 결제 인프라와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가깝다.

이 논리는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최근 토큰화 주식, 실물자산(RWA), 스테이블코인 결제 논의는 모두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린 뒤 무엇으로 결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유럽의 접근은 이 결제 기준점을 민간 발행 자산이 아니라 중앙은행 결제 인프라와 연결하려는 시도다. 본지는 앞서 유럽과 영국의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도권 편입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1월 27일 DLT로 발행된 시장성 자산을 3월 30일부터 유로시스템 신용공여 담보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인프라 사업자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은 6월 11일 토큰화 자산과 전통 자산을 함께 다루는 차세대 디지털 증권 인프라를 공개했다.

다만 신중론도 분명하다. 룩셈부르크 은행협회(ABBL)는 5월 7일 아피아 협의에 대한 입장에서 통합과 혁신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개방성, 상호운용성, 공공 감독과 시장 주도 개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브리핑도 폰테스와 아피아가 금융시장 통합에 중요하지만 증권법과 회사법의 조화 없이는 국가별 장벽을 넘기 어렵다고 짚었다. 유럽중앙은행은 8월 19일 아피아 연락그룹에 금융시장 이해관계자와 공공기관 61곳을 선정했고, 이 그룹은 2026년 9월부터 폰테스 운영과 아피아 비전 작업을 지원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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