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9.9% 지분, 미 정부 산업정책 바꿨다

| 김민준 기자

미국 정부가 인텔(Intel) 지분 9.9%를 확보하기로 하면서 반도체·AI·철강을 둘러싼 산업정책이 보조금 중심에서 지분투자와 승인권 행사로 넓어지고 있다.

인텔은 2025년 8월 22일 발표에서 미국 정부가 보통주 89억 달러(약 12조2998억원)를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 재원은 반도체지원법상 미지급 보조금 57억 달러(약 7조8774억원)와 시큐어 엔클레이브 프로그램 32억 달러(약 4조4224억원)로 구성됐다.

인텔은 이번 투자가 수동적 지분이며 미국 정부가 이사회 의석이나 별도 지배권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급에 머물던 정부 지원이 주식 보유를 동반하는 구조로 바뀐 점이 핵심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정부 개입의 성격이 더 직접적이다. 유에스스틸(U.S. Steel)과 일본제철(Nippon Steel)은 2025년 6월 18일 거래 종결 발표에서 국가안보협정에 따라 미국 정부에 황금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황금주는 지분율과 별개로 특정 의사결정에 동의권이나 거부권을 부여하는 특별 주식이다. 이번 사례에서는 독립 이사 1명 지명권과 본사 이전, 생산·고용 해외 이전, 기존 미국 제조시설 폐쇄·유휴화 등에 대한 동의권이 포함됐다.

AI칩 수출 허가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엔비디아($NVDA)와 AMD($AMD)는 중국향 AI칩 수출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관련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는 구조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BS뉴스는 백악관 관계자가 이 같은 합의의 큰 틀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업 활동의 허가와 정부 수입을 결합한 방식으로, 규제자가 경제적 참여자로도 움직이는 사례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가자본주의를 시장을 없애는 계획경제가 아니라 국가가 원하는 산업으로 자본이 흐르도록 위험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보조금, 세액공제, 저리대출, 가격보장, 정부조달, 지분투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성환(Kim Sung-hwan)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패권전쟁이 지속되는 한, 각국 정부는 효율성만 추구할 수 없다"며 "전략 산업에 자본배치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보상 수익률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전략산업을 단순 감독 대상이 아니라 안보와 공급망의 일부로 본다는 뜻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있다. 세계화 시기에는 낮은 생산비가 기업 이익의 핵심 조건으로 여겨졌지만, 팬데믹과 전쟁, 공급망 충격 이후에는 안보와 공급 안정이 산업정책의 주요 기준으로 들어왔다.

정부 지원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신용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에 자금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몰리면 공급과잉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국가자본주의 아래에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낮은 업종에도 인위적으로 자금이 흐르면서 경제와 금융시장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경제의 파괴적 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의 안전판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의 선별 기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독자에게 이 흐름은 반도체 공급망과 AI 인프라 정책의 변수로 닿는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과 핵심 기술 통제를 강화할수록 한국 기업은 보조금, 수출통제, 현지 투자 조건을 함께 따져야 한다.

본지는 앞서 미국 정부의 인텔 주식 보유 기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는 발언을 전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고성능 AI 모델 공개 전 사이버안보 위험을 검토하는 체계도 논의되고 있다.

크립토 시장과의 직접적인 가격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반도체와 AI, 전력망이 디지털 자산 인프라와 맞물려 있는 만큼 미국의 산업정책 변화는 기술 공급망과 규제 환경을 함께 보는 이슈로 이어지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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