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정부가 2027년 도입할 세제 혜택 투자계좌에서 암호화폐와 파생상품을 제외하기로 했다. 주식,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전통 금융상품에는 세제 지원을 열어두되 암호화폐는 고위험 상품으로 분리한 조치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Taxation of Retail Investment: A New Path Forward for Ireland’에서 새 투자계좌의 기본 설계를 공개했다. 사이먼 해리스(Simon Harris) 아일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2026년 재정법안에 투자계좌 법적 틀을 담고, 계좌를 2027년부터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계좌 개설 대상은 아일랜드 세법상 거주자이면서 개인 공공 서비스 번호(PPSN)를 보유한 18세 이상 개인이다. 1인당 계좌는 1개만 허용된다. 최소 납입금과 의무 예치기간은 두지 않지만 연간 납입 한도는 설정된다.
세부 한도와 비과세 기준, 단일세율은 10월 6일 예산안에서 확정된다. 관련 법률 체계는 재정법안에 반영되고, 계좌는 2027년부터 실제 운영에 들어간다.
투자 가능 자산은 상장주식, 상장채권, 규제시장 거래 금융상품, 소매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 ETF, 보험 기반 투자상품이다. 반면 암호화폐와 파생상품은 ‘고위험·고복잡’ 상품으로 분류돼 제외된다.
계좌 안의 현금 보유도 투자 매수나 매도 뒤 일시 보관하는 목적에 한정된다. 예금처럼 이자를 받는 현금 계좌 기능은 두지 않는다. 세제 혜택을 저축 계좌가 아니라 투자 계좌에 집중하겠다는 설계다.
세금 구조는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다. 계좌 평가액이 비과세 기준 아래이면 세금을 내지 않고, 기준을 넘는 부분에는 낮은 단일세율을 매년 적용한다. 계좌 제공자는 평가액 산정, 세액 계산, 신고와 납부를 투자자 대신 처리한다.
기존 아일랜드 투자 과세에서 논란이 됐던 ‘8년 간주 처분’ 규정도 새 계좌 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규정은 실제 매매가 없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2026년 1월부터 투자펀드와 생명보험 투자상품 등에 적용되는 세율을 41%에서 38%로 낮췄다. 2028년 예산안 이후에는 세율 인하, 간주 처분 규정 재검토, 행정 간소화를 추가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방침은 아일랜드가 개인 투자 확대와 디지털자산 규제를 분리해 다루는 흐름과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아일랜드 정부가 개인지갑 이전 관련 자금세탁방지 기준 강화를 추진했다고 전한 바 있다.
새 투자계좌는 전통 금융상품 중심의 세제 지원 장치로 설계됐다. 암호화폐는 세제 혜택 계좌가 아니라 별도 규제·과세 체계 안에 남게 됐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로드맵에서 아일랜드 가계 금융자산 중 상장주식과 채권 같은 직접투자 비중이 2.3%로 유럽연합(EU) 평균 약 7.5%보다 낮다고 밝혔다. 현금과 예금 비중은 38%로 EU 평균 30%보다 높았다.
정부는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투자 접근성을 넓히되, 세제 혜택 대상은 정부가 정한 적격 자산으로 제한했다. 가계 자금을 현금과 예금에서 장기 투자상품으로 옮기려는 목적과 투자자 보호 기준을 함께 반영한 구조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총리는 “자본시장이 상당한 부를 가진 사람이나 금융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만의 영역처럼 느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며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중앙은행 조사에서는 아일랜드가 5조 유로가 넘는 펀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매투자 참여율은 유럽연합 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새 계좌의 구체적인 세율, 비과세 기준, 납입 한도를 10월 6일 예산안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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