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블랙매스와 텅스텐 폐기물·스크랩을 1년간 미국 내 판매 우선 대상으로 묶으면서 비중국권 텅스텐 공급망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의 텅스텐 중간재 수출통제에 미국의 회수재 배정 규칙까지 겹치며 강원 영월 상동광산의 실제 공급 능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6년 8월 27일부터 블랙매스와 텅스텐 폐기물·스크랩의 월간 판매 100%를 미국인에게 배정하도록 하는 임시 최종규칙을 시행했다. BIS 승인 없이는 해외 판매를 할 수 없고, 규칙은 2027년 8월 27일까지 1년간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텅스텐 원광이나 완제품 전체를 막는 수출금지가 아니다. 대상은 리튬이온 배터리 파쇄물인 블랙매스와 텅스텐 폐기물·스크랩이며, 예외나 조정 신청 절차도 열려 있다. 다만 회수 가능한 핵심 광물 부족을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미국의 공급망 관리가 재활용·정제 단계까지 넓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임시 최종규칙은 당시 추진 단계였던 조치가 시행 단계로 넘어간 사례다.
중국도 이미 텅스텐 관련 품목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2025년 2월 4일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 산화텅스텐, 탄화텅스텐, 일부 고체 텅스텐과 텅스텐 합금 등을 수출통제 대상에 올렸다. 중국 상무부는 해당 조치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출통제이며, 규정에 맞는 수출은 허가된다고 설명했다.
APT는 텅스텐 분말과 탄화텅스텐을 만드는 중간재다. 원광을 캐는 것만으로 끝나는 소재가 아니라 가공·정제·분말화 과정을 거쳐 절삭공구, 초경합금, 방산 부품, 고온 부품에 들어간다. 공급망 병목이 광산보다 중간재와 정제 단계에서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텅스텐을 내마모 금속, 제트엔진, 탄약, 광산·절삭 장비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로 분류한다. 적은 양이 들어가도 대체가 쉽지 않아 공급 차질이 제조업 전반의 비용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방산과 항공우주, 공구 산업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소재라는 점도 민감도를 키운다.
시장에서는 중국 내 가격과 서방권 가격의 분리가 나타났다. 패스트마켓츠(Fastmarkets)는 6월 24일 기준 중국 내 APT 가격과 수출 APT 가격의 연결이 약해지고, 서방권 가격은 공급 제약과 중국산 중간재 접근 제한 때문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는 "중국 내 가격과 국제 시장을 잇던 차익거래 구조가 덜 효과적이 됐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비용 부담이 이미 생산 현장에 닿았다. 아거스(Argus)는 유럽 APT 가격이 8월 11일 4월 이후 처음 하락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높은 비용 때문에 중국 업체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유럽 참가자는 "소폭 하락은 의미가 있지만, 이 가격 수준에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독자에게 직접 닿는 지점은 강원 영월 상동광산이다. 알몬티 인더스트리(Almonty Industries)는 2026년 3월 16일 상동광산 1단계 위탁 생산 완료를 발표했다. 회사는 상동광산이 완전 가동되면 중국 밖 세계 텅스텐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알몬티가 제시한 공급 비중은 회사 발표 기준이다. 실제 공급 효과는 생산량, 품질 인증, 정제 역량, 오프테이크 이행이 확인돼야 평가할 수 있다. 광산이 있어도 중간재 가공과 장기 구매 계약이 함께 작동해야 서방권 공급망의 병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몬티는 2026년 7월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자료에서 GTP와의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 기간을 15년에서 21년으로 늘리고 총 계약 물량을 40% 확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APT 가격 기준 연간 계약 매출을 4억9000만 달러(약 6708억원)로 제시했다. 알몬티는 2026년 8월 17일 최대 3억 달러(약 4107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도 공시했다.
국내 반도체 공급망과의 연결점도 있다. 육불화텅스텐은 반도체 웨이퍼에 텅스텐 박막을 증착해 칩 내부 배선을 형성하는 데 쓰이는 소재다.
주식시장 반응도 붙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계열 시장 요약은 8월 27일 알몬티와 아메리칸 텅스텐(American Tungsten) 주가가 이달 들어 각각 65%, 21%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주가 흐름을 전한 시장 보도일 뿐 생산량, 품질 인증, 계약 이행을 대신하는 지표는 아니다.
텅스텐 공급난의 핵심은 광산 하나보다 공급망 단계 전체에 있다. 중국은 APT 같은 중간재와 기술을 허가제로 묶었고, 미국은 스크랩과 회수재를 자국 내에 우선 배정했다. 상동광산의 실제 역할은 앞으로 생산량과 정제 역량, 오프테이크 이행으로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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