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원 상장사, 10일부터 집중투표 배제 못 한다

| 이도현 기자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오는 10일부터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다.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제도가 의무화되면서 대규모 상장사의 이사회 구성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법무부는 상장회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개정 상법이 7월 23일부터 9월 10일까지 순차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 상법 제542조의7은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정한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한 번에 선임할 때 주주가 가진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주주는 이 의결권을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할 수도 있고, 특정 후보에게 한꺼번에 행사할 수도 있다.

단순투표제에서는 대주주가 각 이사 선임 안건마다 우위를 점하기 쉽다. 반면 집중투표제에서는 소수주주가 표를 모아 후보 1명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적용 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다. 해당 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는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해야 한다. 회사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주주의 청구가 있으면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집중투표제 자체는 1998년 상법에 도입됐다. 다만 지금까지는 회사가 정관으로 제도 적용을 배제할 수 있어 실제 활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정은 이사회 견제 기능과 맞닿아 있다. 대주주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관행에서는 소수주주 의견이 이사 선임 과정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도가 의무화되면 기관투자자와 행동주의 주주가 표를 모아 이사 후보를 세우는 사례가 늘 수 있다. 이사회가 대주주의 의사를 그대로 추인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주주총회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사 선임 안건이 있는 주총에서 후보 추천, 의결권 위임, 표 대결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지도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이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임시주총을 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통상 회사들은 소집 단계에서 안건명만 먼저 공시하고, 후보자 명단 등 세부 내용은 이사회 확정을 거쳐 다시 알린다.

재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소수주주 측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더라도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서 충돌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거나, 기업 내부 정보 접근 통로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경계도 제기된다. 향후 주주총회가 회사 측 후보와 소수주주·행동주의 측 후보의 표 대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대로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이사회 견제 기능이 강화되고 주주 권익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2026년 9월 10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대규모 상장사는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때 주주 청구 요건과 의결권 행사 절차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

게임하고 주식토큰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