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해외 암호화폐 사기센터를 겨냥한 공동 법집행 체계를 출범시켰다. 양국은 같은 표적을 병행 수사하고 조직범죄 네트워크 정보를 공유하며 사건별 기소 관할도 협의하기로 했다.
미 법무부는 4일(한국시간) 워싱턴DC 연방검찰청 스캠센터 태스크포스가 잉글랜드·웨일스 왕립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양해각서를 암호화폐 투자사기와 사이버 기반 투자사기를 벌이는 사기센터를 무력화하기 위한 첫 국제 공조 체계로 설명했다.
이번 협약에는 △공통 표적에 대한 병행 수사 △조직범죄 네트워크 관련 정보 공유 △공동 관심 사건의 기소 관할 협의 △관련 사건 우선 처리 등이 담겼다. 양국 당국은 이미 서로 겹치는 주요 사건을 확인했고, 영국 국가범죄청은 10월 초 런던에서 민간 업계 파트너와 대면 차단 행사를 열 예정이다.
자닌 페리스 피로(Jeanine Ferris Pirro) 워싱턴DC 연방검사장은 "영국은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자 파트너 중 하나"라며 "오늘 우리는 초국가 조직범죄와의 전쟁에서 함께 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피로 검사장은 중국계 초국가 조직범죄 네트워크가 사기 단지를 운영하며 피해자의 자금을 빼앗고 인신매매 피해 노동력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공조 범위를 넓힌 배경에는 피해 규모가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에 따르면, 사이버 기반 사기는 2025년 신고 손실의 약 8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암호화폐 등 사이버 기반 투자사기 신고 손실은 2023년 45억7000만 달러(약 6.17조원)에서 2025년 86억5000만 달러(약 12조원)로 89% 늘었다.
스캠센터 태스크포스는 2025년 11월 출범했다. 주 표적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국계 조직범죄 네트워크다. 미 법무부는 이들 조직이 암호화폐 투자사기, 사이버 사기, 인신매매, 자금세탁에 관여해 미국 피해자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스캠센터는 가짜 투자 플랫폼과 사회공학 기법으로 피해자를 속여 자금을 빼앗는 조직형 범죄 거점을 뜻한다. 피해자를 장기간 설득해 소액 입금을 유도한 뒤 더 큰 금액을 빼앗는 방식이 많아, 수사기관은 개별 계좌 추적뿐 아니라 조직 운영망과 자금세탁 경로를 함께 겨냥한다.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도 4일(한국시간) 별도 분석에서 해외 사기센터가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디지털자산 투자사기 관련 금융거래가 127억 달러(약 17조14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2023년 9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접수된 3만3000건 이상의 의심거래 보고다.
국제 단속은 이미 확대되는 흐름이다. 미 법무부는 4월 두바이 경찰, FBI, 중국 공안부 등이 참여한 작전으로 최소 276명이 체포되고 암호화폐 투자사기센터 최소 9곳이 폐쇄됐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은 관련 조직 관계자들을 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안은 미국과 영국 수사·기소 당국이 해외 암호화폐 스캠센터 단속을 위한 첫 공동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는 본지 보도와 같은 흐름이다. 다만 이번 발표의 핵심은 개별 사건 단속을 넘어 수사 정보, 기소 관할, 민간 차단 조치를 한 틀에서 조율하는 데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암호화폐 투자사기 대응은 직접적인 문제다. 해외 거래소, 메신저, 가짜 투자 사이트를 넘나드는 사기 구조에서는 피해자의 거주지와 범죄 조직의 활동지가 다른 경우가 많아 한 국가의 단독 수사만으로는 자금 동결과 기소가 늦어질 수 있다.
양국의 다음 절차는 10월 초 런던에서 열리는 민관 대면 차단 행사다. 영국 국가범죄청은 이 자리에서 민간 업계 파트너와 함께 사기망 차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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