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나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 문제를 논의했지만 양측은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연합인포맥스는 7일 황 회장이 김 이사장을 직접 방문해 민간 금융투자업계의 우려와 불만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면담은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참여 의사를 밝힌 뒤 이뤄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 6월 연금포럼 기고와 기자간담회에서 “수수료는 민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수익률은 3배 높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공공 부문 기금형 퇴직연금에 직접 참여해 민간 금융기관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사적 연금 시장에 들어오면 민간 금융회사가 쌓아온 자산관리와 자본시장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는 자산 규모가 1천6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자금까지 흡수하면 금융시장 내 자금 쏠림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민간 자본시장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수익률과 수수료 비교를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업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운용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단기 손실이 곧바로 가입자 급여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반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퇴직 시점의 운용 성과가 급여에 반영돼 안전자산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여러 가입자의 적립금을 별도 기금으로 모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퇴직연금은 그동안 금융회사가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적립금을 관리하는 계약형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고용노동부는 2월 6일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에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계약형 제도와 공존하면서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여러 유형을 병행하는 방향이다.
국내 금융권도 제도 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본지는 앞서 하나은행이 호주와 영국 연금시장 운영 사례를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상품 선택과 계좌 운용 방식도 함께 바뀌고 있다. 본지는 앞서 퇴직연금 계좌로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과 20년물에 청약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전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이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지속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두 사람간 면담의 세부 형식이나 담화 내용을 떠나 서로의 기존 기조가 확고함을 재확인한 만큼 향후 정책 입안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관련 쟁점은 국회와 주무부처 논의로 넘어갔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운용 주체와 수탁자 책임, 가입자 선택권, 이해상충 방지 장치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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