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주식이 신원확인(KYC)을 거치지 않은 지갑으로 이동하면 실제 주주와 의결권 행사자를 연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토큰이 실제 주식의 권리를 이전하는지, 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만 제공하는지에 따라 주주권의 범위도 달라진다.
브렛 레드펀(Brett Redfearn)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사장은 11일 공개된 언체인드 팟캐스트에서 “누가 실제로 그 주식에 투표하는지 업계는 아직 좋은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편의성보다 주주명부와 소유권, 의결권을 연결하는 방식이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토큰화 주식은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토큰이 실제 주식의 법적·경제적 권리를 담는지에 따라 구조가 나뉜다. 실제 주식의 소유권과 연결된 상품과 주가 변동에 대한 경제적 노출만 제공하는 상품은 같은 ‘주식 토큰’으로 불리더라도 권리와 책임이 다를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 성명에서 토큰화 증권을 발행사가 직접 진행하거나 발행사를 대신해 발행하는 방식과, 발행사와 무관한 제3자가 토큰화하는 방식으로 구분했다. 기술 형식이 블록체인으로 바뀌더라도 토큰이 제공하는 권리는 발행 구조와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는 취지다.
발행사 주도형 구조에서는 블록체인 지갑과 공식 주주명부를 연결할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 발행사가 토큰 발행과 규정 준수 절차에 참여하면 보유자 확인, 배당, 공시, 의결권 행사 대상을 정하는 과정이 기존 주식 체계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발행사 승인 없이 제3자가 주식 연계 토큰을 만들면 토큰 보유자가 실제 주주인지부터 불분명해질 수 있다. SEC는 증권 기반 스왑의 경우 기초 자산에 대한 지분이나 의결권, 정보권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AMC)와 로빈후드($HOOD)의 공방은 이 문제를 드러냈다. AMC 최고경영자 애덤 애런(Adam Aron)은 로빈후드가 AMC의 동의 없이 주식 연계 토큰을 취급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로빈후드는 AMC 주식 토큰이 기초 주식으로 1대1 담보된다고 설명했지만, 기초 주식에 대한 법적·수익적 권리와 의결권은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담보 여부와 주주권 보유 여부가 별개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레드펀은 비KYC 토큰이 방산업체 등 특정 기업의 지분을 익명으로 집중 보유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익명 지갑과 공식 주주명부가 분리되면 기업이 실제 의결권 행사자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큐리타이즈는 7월 미국 SEC 제출 공시에서 발행사의 명시적 허가와 협력 없이는 증권을 토큰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YC·자금세탁방지 상태와 지갑 정보를 규정 준수 절차에 활용하고, 지갑 잔액 변동을 스마트계약으로 관리해 공식 주주명부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결권 행사 절차를 마련한 사례도 있다.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GLXY)는 2026년 주주총회 공시에서 토큰화 주식 보유자가 별도 웹사이트에 지갑을 연결하고 전자서명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공시는 토큰화된 클래스A 주식 1주를 일반 클래스A 주식 1주와 동일하게 취급한다고 명시했다. 토큰 보유자의 권리를 인정하려면 지갑 연결, 보유량 확인, 전자서명 등 구체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의결권 인프라는 토큰화 증권을 발행사 주도형과 제3자 주도형으로 구분하는 기존 논의와도 이어진다. 토큰화 주식의 경쟁 요소가 거래 기능을 넘어 의결권, 공시, 수탁, 규정 준수로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토큰화 주식의 보유자 수나 거래량만으로는 실제 주주권의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지갑 수는 보유자 규모를 보여줄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여러 지갑을 사용할 수 있고 토큰이 공식 주주명부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KYC 지갑 문제가 모든 토큰화 주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발행사 승인 여부, 공식 주주명부 반영 방식, 의결권 행사 절차, 토큰 보유자에 대한 공시 범위를 상품별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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