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더불어민주당도 디지털자산 과세 유예에 대한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과세 유예를 추진하고 있지만, 개별 의원의 법안 발의만으로는 다음 달 법안 심사에서 여야 합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청년 투자자들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내 움직임에 대해서는 “민병덕 의원이 디지털자산 과세 유예 의견을 내고 법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당론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달 법안 심사 과정에서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당으로서는 당연히 여야 간 협의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당론으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청년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져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준비되지 않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세는 유예하고 조금 더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형평성·준비 부족 지적
디지털자산 과세는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박 의원은 형평성과 정부의 준비 상황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면서 디지털자산에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 역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청년의 자산 형성 사다리를 걷어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준비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아직 과세 대상과 세수 추정치도 모르고 세부 과세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심지어 5대 거래소의 과세 시스템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실 이월공제처럼 투자 손실을 반영할 제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투자자에게 불합리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앞서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래소별 과세 시스템 구축 현황을 공개하며 과세 준비가 부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청년 투자자 “세금 안 내겠다는 게 아니다”
기자회견에는 국민동의청원을 제출한 조상혁 씨 등 청년 투자자 6명이 참석했다. 디지털자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조 씨는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약 5만4000명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국회 앞 1인 시위와 트럭 시위도 해왔으며, 본지가 앞서 전한 대로 시위에는 512명이 후원에 참여했다.
조 씨는 “저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을 내더라도 정확하고 공정하게 낼 수 있도록 제도를 제대로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문제로 든 대목은 크게 네 가지다. △손실 이월공제 불허 △주식 등 다른 자산과의 손익통산 불가 △선물·옵션·에어드롭 등 거래 방식별 과세 기준 불명확 △국내외 거래정보 확보 격차
손실 이월공제와 관련해 조 씨는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현행 제도에서는 같은 과세기간의 이익과 손실은 합산할 수 있지만, 이전 연도 손실을 다음 연도 이익에서 공제할 수는 없다. 2027년에 4500만원 손실을 보고 2028년에 5000만원 이익을 얻으면 2년간 실제 순이익은 500만원이다. 그러나 2028년 이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4750만원에 지방소득세 포함 22%가 적용돼 1045만원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씨는 “실제로 번 돈은 500만원인데 세금은 1000만원 이상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득원가 입증 문제도 거론했다. 해외 거래소가 폐업해 과거 매수 기록을 확인할 수 없거나 오래전 취득한 자산의 취득원가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실제 손익과 과세당국이 산정하는 소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씨는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도 지금 디지털자산의 과세 기준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정보 확보 수준의 차이도 쟁점이다. 조 씨는 우리나라가 2027년부터 디지털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에 참여하더라도 국가별 정보교환 일정이 달라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를 국내 거래와 같은 수준으로 검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 부담이 집중되고,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 2년 유예와 단계적 정비 요구
청년 투자자들은 과세를 2년 유예하고 그 기간에 제도를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첫해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제도 정착을 추진하고, 이듬해에는 과세 체계를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조 씨는 “세금을 걷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고 국민에게는 납세 의무가 있다”면서도 “공정하게 걷기 위한 준비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조세 입증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디지털자산 투자소득세를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개정안도 올라와 있다. 송언석 의원은 디지털자산 소득 과세 규정을 삭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김상훈 의원은 시행 시점을 2029년 1월로 2년 늦추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