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가상자산 거래 이력을 일률적으로 추적하는 대신 거래별 위험에 따라 조사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금융범죄 지침 개정안을 내놨다.
FCA는 23일 금융범죄 가이드 개정 협의안 CP26/38을 공개하고 12월 24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가상자산 거래 감시와 고객 실사에서 적절한 대응 사례를 제시했다.
개정안은 고객이나 거래를 조사할 때 이전 거래를 몇 차례까지 확인할지 미리 고정하고 실제 위험에 맞는 조치를 고려하지 않는 행태를 부적절한 사례로 들었다. 블록체인에서 자산이 다른 주소로 옮겨간 횟수인 '홉'에 공통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FCA는 거래의 성격과 확인된 위험을 반영해 추적 범위를 판단하도록 했다. 따라서 초안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홉 수는 담기지 않았다.
외부 업체의 블록체인 분석 도구를 쓰는 기업도 경보나 위험 점수의 근거를 설명하거나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기업의 위험 노출에 맞게 조정하고 적용 규칙과 판단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적절한 사례로 제시됐다.
거래 감시에서 고객 활동 양상의 중대한 변화가 드러나면 고객 실사 정보를 갱신하고 거래 관계의 위험을 다시 평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온체인 감시 도구로 불규칙한 거래 양상을 찾거나 가상자산 영역에서 다른 금융서비스로 이어지는 거래 흐름을 살피는 방안이 제시됐다.
강화된 고객확인과 관련해서는 비수탁형 지갑에서 자금이 유입되거나 믹서·텀블러·프라이버시 강화 코인이 거래에 쓰이는 경우를 들었다. 이런 요소가 있을 때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살펴보고, 위험에 맞으면 실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분석에서 범죄 또는 제재 대상 활동과의 연관성이 나타난 거래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됐다. 비수탁형 지갑이나 프라이버시 도구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 행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FCA는 2025년 영국 국가위험평가가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위험을 '높음',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중간'으로 분류했다고 인용했다. 국경을 넘는 빠른 거래 특성 때문에 감시와 집행이 어렵다는 판단도 협의안에 담겼다.
이번 개정은 가상자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기, 금융·무역 제재, 확산금융, 데이터 보안,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대응도 함께 다룬다.
FCA는 금융범죄 가이드가 새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만드는 규칙은 아니며, 기업이 기존 의무를 이행할 때 참고할 감독 지침이라고 밝혔다. FCA는 협의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가이드 문안과 검토 결과를 정책성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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