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이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유권자 약 2만 명의 우편투표용지를 분리하라는 법무부의 긴급 신청을 2대 1로 기각했다.
법원은 긴급 구제를 명할 법적·사실적 근거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시민권이나 실제 투표 여부를 확정한 본안 판결이 아니다.
미국 법무부는 10월 15일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소송을 내며, 연방정부가 비시민권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2만 명 넘는 유권자에게 우편투표용지가 발송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들의 투표용지를 개표 전에 따로 보관하고 시민권을 확인한 뒤 개표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캘리포니아주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명단의 신뢰성과 작성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이들은 명단의 진위를 확신할 수 없다며 연방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항소법원은 하급심의 긴급 가처분 기각이 재량권 남용인지 심리했다. 법무부가 요구한 조치는 기존에 없던 투표용지 분리 절차와 시민권 확인 절차를 새로 도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원은 신청 측에 통상적인 긴급 구제보다 높은 입증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견은 연방선거의 시기·장소·방식을 정하는 헌법 조항이 주 정부의 선거 관리 권한을 다룬다고 짚었다. 의회가 관련 법률로 주의 절차를 바꿀 수 있지만, 이번 사안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근거가 캘리포니아의 기존 절차를 대체할 권한을 명확히 부여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봤다.
법무부는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를 금지한 연방법을 근거로 들었다. 다수의견은 해당 법률을 적용해 주 정부에 투표용지 분리와 시민권 확인을 강제할 수 있다는 해석이 긴급 구제 단계에서 명확히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연방 유권자등록법도 검토했다. 이 법은 연방선거 전 90일 동안 유권자 명부에서 부적격자를 체계적으로 삭제하는 절차를 제한하며, 법원은 약 2만 명의 자격에 한꺼번에 이의를 제기한 법무부의 요청이 이 규정과 맞물릴 수 있다고 봤다.
명단의 근거 자료도 쟁점이 됐다. 하급심은 명단의 오류율이나 신뢰할 만한 기준을 통한 검증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고, 자료를 보강한 방식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기록에 서로 다른 증거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하급심의 판단에 명백한 오류가 없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법무부가 주장한 피해가 긴급 구제를 정당화할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명단의 신뢰성에 의문이 남는 데다 캘리포니아주가 유권자 자격을 확인하는 기존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실행 가능성도 걸림돌이었다. 하급심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기존 시스템에 특정 유권자의 투표용지만 따로 보관하는 기능이 없다고 판단했다. 요청을 이행하려면 이미 시험을 마친 시스템과 절차를 바꾸고, 새 절차를 만들고, 담당자 교육도 해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선거가 진행 중인 시점에 시스템을 바꾸면 적격 유권자의 투표권을 침해하거나 개표 절차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급심은 시스템 변경이 카운티의 선거 관리와 12월 11일 인증 기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대의견을 낸 패트릭 부머테이(Patrick Bumatay) 제9순회항소법원 판사는 투표용지를 임시로 분리하는 조치는 표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확인할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수의견에 반대했다.
이번 항소에 앞서 법무부가 낸 첫 항소는 하급심의 긴급 요청 판단 전 제기됐다는 이유로 26일 관할권 문제를 들어 각하됐다. 하급심은 28일 긴급 가처분을 거부했고, 법무부는 다시 항소했다. 이번에는 제9순회항소법원이 요청 내용을 심리해 기각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 치러질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법무부가 요청한 투표용지 분리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시민권과 실제 투표 여부에 대한 본안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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