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9만5000t 이상이 임시 보관돼 있지만 영구 처분장은 없다. 핵폐기물기금 잔액은 2025 회계연도 말 기준 514억3500만달러(약 72조2000억원)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5년 7월 자료에서 사용후핵연료가 30개 넘는 주의 79개 부지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상업용 원전의 사용후핵연료가 한 곳이 아닌 여러 부지에서 임시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회계감사원(GAO) 현황 자료는 상업용 사용후핵연료가 9만t 넘게 쌓였으며, 연간 약 2000t씩 늘어난다고 집계했다. DOE와 GAO 수치는 기준 시점과 집계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임시 보관은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관리하는 단계다. 영구 처분은 연료를 지하 지층에 격리하는 별도의 사업이다.
◇ 기금 잔액과 처분장 예산은 다르다
DOE의 2025 회계연도 기금 요약은 2025년 9월 30일 기준 핵폐기물기금 잔액을 514억3500만달러로 기록했다. 이 회계상 잔액에는 재무부 보유 자산과 투자 수익 등이 반영돼 있다.
미국 핵폐기물정책법은 기금 지출에 의회의 세출 승인을 요구한다. 따라서 회계상 잔액이 DOE가 처분장 개발에 바로 쓸 수 있는 예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GAO는 DOE가 2010년 유카산(Yucca Mountain) 처분장 인허가 작업을 중단했고, 의회도 해당 부지 활동의 예산을 끊었다고 기록했다. DOE 감사보고서에는 2023~2025 회계연도 중간저장 등 다른 핵폐기물 관련 업무에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나와 있다.
현행법상 상업용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 후보지는 네바다주 유카산으로 한정돼 있다. GAO는 지역사회 동의를 바탕으로 새 부지를 선정하도록 법을 고치고 기금 구조와 폐기물 관리 계획을 정비하라고 의회에 권고했지만, 2026년 2월 기준 의회 조치는 없었다.
처분 지연에 따른 소송 부채는 기금 잔액과 별도로 집계된다. DOE 감사보고서는 사용후핵연료 인수 계약 위반 관련 소송의 잔여부채를 2025년 9월 30일 기준 386억달러(약 54조2000억원)로 추정했다. 판결금과 합의금은 별도의 연방 판결기금에서 지급된다.
◇ 핀란드는 운영 허가 후 검사를 앞뒀다
핀란드 정부는 2026년 10월 22일 포시바(Posiva)에 올킬루오토 사용후핵연료 포장·영구 처분시설의 운영 허가를 내줬다.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시설이 운영 허가를 받은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며, 허가는 2070년 말까지 유효하다.
시설은 지상 포장시설과 지하 400m가 넘는 온칼로(Onkalo) 처분장으로 이뤄진다. 허가 대상 연료는 핀란드 올킬루오토와 로비사 원전에서 나온 것으로, 처분 용량은 최대 6500tU다. 사업 재정은 포시바의 소유사인 TVO와 포르툼이 책임진다.
포시바는 사용후핵연료를 철·구리 용기에 넣고 점토와 기반암 등 여러 차단층으로 격리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운영 허가를 받았더라도 실제 시설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안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핀란드 방사선·원자력안전청(STUK)은 시설 사용 전 검사를 해야 한다. 정부는 검사가 끝나기 전에는 포시바가 시설을 가동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포시바는 정확한 처분 개시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빈센트 이알렌티(Vincent Ialenti) 전 미국 에너지부 프로그램 매니저·탐페레대학교 선임연구원은 11월 3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국의 예산·정책 구조를 “수십 년 단위의 약속을 다루기에는 위태로운 틀”이라고 썼다. 그는 핀란드의 지역사회 동의와 정책 지속성을 미국 상황과 대비했다. 두 사례에서는 미국의 세출 승인과 부지 결정, 핀란드의 운영 전 안전 검사가 각각 남은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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