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1조원대 피해를 낳은 젠투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금융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판매 창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상품 구조를 만든 발행사로서도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져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는 지난 4월 17일 국내 제조기업 A사가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이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한 수준이 아니라, 홍콩 젠투파트너스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수익률에 따라 손익이 정해지는 금융상품)의 발행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만큼 투자 위험을 설명하고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도 더 무겁다고 본 셈이다.
법원은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이 A사에 558만달러, 우리 돈 약 72억5천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A사가 주장한 모든 내용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신한투자증권이 A사를 고의로 속였다고 볼 정도의 기망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고, 만기 지급일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신탁금을 바로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가 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펀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실제 가치)를 현실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도 함께 고려됐다.
손해배상 범위가 일부로 제한된 배경도 판결문에 담겼다. 재판부는 해당 신탁 계약이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라는 사실을 신한투자증권이 안내했고, A사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신한투자증권도 환매중단 이후 운용사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결국 법원은 금융회사의 책임은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과 당시 분쟁 구조를 함께 따져 배상 수준을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분쟁의 출발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는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젠투파트너스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 상품은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로 안내됐지만,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초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매가 중단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소송이 자사가 제시한 사적화해안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투자자가 제기한 사건이며, 법원이 인정한 배상 비율도 기존 사적화해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유사한 사모펀드·파생상품 분쟁에서도 판매사인지, 발행사인지에 따라 금융회사의 책임 범위를 더 세밀하게 가르는 기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