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이제 소득보다 자산의 영향력이 더 큰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계봉오 국민대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21일 공개한 ‘다차원 불평등 지수 현행화 연구’를 보면, 2024년 기준 자산의 불평등 기여도는 40.0%로 소득의 33.0%를 웃돌았다.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핵심 축이 임금이나 사업소득 같은 흐름의 격차에서, 집과 금융자산 같은 축적된 재산의 차이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소득만 따로 보지 않고 자산·교육·건강까지 함께 반영해 사회 전체의 격차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지니계수처럼 0에서 1 사이 값으로 표시되며, 숫자가 낮을수록 더 평등한 상태를 의미한다. 2024년 전체 지수는 0.185로 2023년 0.190보다 소폭 낮아져 겉으로는 다소 개선된 모습이지만, 장기 흐름을 보면 2011년 0.176 이후 등락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즉 최근 1년 수치만 놓고 완화된 부분이 있어도, 구조적으로는 불평등이 누적돼 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부 항목에서는 자산의 비중 확대가 특히 두드러졌다. 2011년만 해도 불평등 기여도는 소득이 39.2%로 가장 높아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격차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소득의 기여도는 2023년 35.1%로 낮아진 데 이어 2024년에는 33.0%까지 내려갔다. 반면 자산은 2023년 36.0%로 처음 소득을 앞선 뒤, 2024년에는 40.0%로 4.0%포인트 뛰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2018년 이후 더 빨라졌다고 봤는데, 이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자산시장 과열이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소득을 벌어도, 어느 시점에 주택을 샀는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진 현실이 통계에 반영된 셈이다.
세대별로 보면 자산 격차의 압력은 젊은 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1960년 이전 출생 세대, 즉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0.209로 전년 0.226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1971∼1980년생인 X세대는 0.161에서 0.165로 올라 유일하게 불평등이 악화했고, 그 배경에는 자산 불평등 지수가 0.313에서 0.344로 급등한 영향이 있었다. 1981∼1990년생 M세대와 1991년 이후 출생한 Z세대는 전체 지수는 전년과 비슷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특히 자산의 불평등 기여도는 M세대가 42.8%에서 47.4%로, Z세대가 45.5%에서 51.6%로 뛰어올랐다. 젊은 세대일수록 불평등의 절반가량, Z세대는 절반 이상이 자산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이런 결과는 기존의 소득 중심 재분배 정책만으로는 불평등 완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로장려금이나 세제 지원처럼 소득을 보정하는 정책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산 축적 기회의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 격차 해소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도 자산 불평등 기여도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주거, 금융, 세제, 교육 기회까지 함께 묶어 보는 방식으로 불평등 정책의 초점이 넓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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