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미래에셋 계열사의 총수 일가 부당지원 형사사건에서는 무죄를 확정했지만, 같은 거래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형사재판과 행정소송의 결론이 엇갈렸다.
대법원 2부는 25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 회사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우선 이용하면서 약 240억원 규모의 거래를 몰아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약식기소는 정식 공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형 등을 청구하는 절차인데, 법원이 2022년 4월 각사에 벌금 3천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회사들이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형사재판의 핵심은 단순히 계열사 간 거래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려는 고의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맞춰졌다. 1심과 2심은 골프장 거래로 미래에셋컨설팅의 매출이 늘고 그 결과 총수 일가의 지분 가치에 도움이 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형사처벌에 필요한 고의까지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형사사건에서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반면 공정위가 2020년 9월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43억9천100만원 처분은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는 이날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컨설팅 등 8개 계열사와 박 회장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이들 계열사가 거래 상대방을 고를 때 가격이나 조건을 합리적으로 비교하지 않은 채 상당한 규모로 미래에셋컨설팅과 거래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도 2023년 7월 적정한 거래 상대방 선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고, 대법원 역시 이를 유지했다.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도 형사와 행정의 판단이 달라진 것은 두 절차의 판단 기준과 입증 책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은 개인이나 법인을 처벌하는 절차여서 고의와 위법성이 엄격하게 입증돼야 하지만, 행정소송은 공정위 처분이 재량 범위 안에서 적법했는지, 거래 구조가 시장 경쟁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였는지를 더 넓게 따진다. 최근 녹십자 사건에서도 형사사건은 무죄였지만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는 패소가 확정된 바 있어, 기업집단 내부거래를 둘러싼 사법 판단의 기준 차이가 계속 쟁점이 되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규제를 둘러싸고 형사책임과 행정책임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 사건에서 제재의 정당성은 폭넓게 인정되되, 형사처벌은 고의 입증 여부에 따라 더 엄격하게 가려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