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인중개사 허위 전세계약서 책임 인정...금융 범죄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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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실제 중개 없이 작성된 허위 전세계약서로 대출이 이뤄졌다면, 해당 계약서를 써준 공인중개사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개사의 문서 작성 행위가 금융회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사기 범행을 쉽게 만들었다면, 단순히 속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대부업체 A사가 공인중개사 B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본 2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출발점은 2020년 벌어진 전세대출 사기였다. C씨 일당은 가짜 임차인을 내세우고 전세계약서를 꾸민 뒤, 이를 근거로 A사 등에서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을 받아 돈을 빼돌렸다. 이들은 이후 사기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쟁점은 공인중개사 B씨의 법적 책임 범위였다. B씨는 실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중개를 하지 않았고, 당사자들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C씨의 말만 듣고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A사는 이 계약서를 정상적인 거래 문서로 믿고 대출을 실행한 만큼, 사기범들뿐 아니라 문서를 작성해준 공인중개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1심과 2심은 공인중개사가 범행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담보가 허위인지 살필 1차 책임은 대출기관에 있다며 B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법상 개업 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실제로 성립한 경우에만 거래계약서를 작성·교부해야 한다고 봤다. 다시 말해 중개행위가 없는데도 계약서를 만들어 주면, 제3자가 그 문서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B씨가 중개 없이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행위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그 결과 A사가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런 행위는 C씨 일당의 대출금 편취를 쉽게 해준 방조 행위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B씨의 책임이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C씨가 임대인의 실제 개인정보를 B씨에게 제공했고, 전세계약서에 적힌 임대인 계좌로 보증금이 입금된 정황 등을 보면 B씨 역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기 수법에 속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과실은 인정하되, 손해배상액은 사안의 경위와 책임 정도를 따져 제한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번 판단은 전세대출 사기처럼 거래 문서의 신뢰가 핵심인 금융 범죄에서 공인중개사의 확인 의무를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중개사의 문서 작성 관행과 금융회사의 심사 책임을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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