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다올저축은행 자금을 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12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금융그룹 내부 자금 이동의 적정성을 둘러싼 수사가 최고 경영진으로 확대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날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핵심은 2022년 10월 다올투자증권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을 당시, 자회사인 다올저축은행의 자산 약 3천억원이 증권사 유동성 방어에 활용되려 했는지 여부다. 저축은행은 예금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업종이어서,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 이전은 법적·제도적 제한을 크게 받는다.
이번 의혹의 배경에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있다.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 사업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즉 단기 자금조달용 채권의 신용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이 심해졌고, 증권사들은 단기 조달 비용 급등과 유동성 압박에 직면했다. 경찰은 이런 시장 충격 속에서 다올투자증권이 자체적인 자금 확보 대신 그룹 내 저축은행 자산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단순한 경영상 판단인지, 아니면 법이 금지한 부당 지원에 해당하는지가 수사의 쟁점이다.
경찰은 이미 수사를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해왔다. 지난 3월 17일 다올투자증권과 다올저축은행 등을 1차 압수수색했고, 6월 2일에는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다올투자증권과 저축은행 임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으며, 지난 6일에는 김정수 다올저축은행 대표를 조사했다. 이번에 그룹 최고 경영자인 이 회장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실제 의사결정이 어디까지 보고되고 누가 관여했는지 확인하는 단계로 수사가 깊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수사는 금융감독원이 위법 소지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금융회사 내부 거래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 수단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계열사 간 이해상충과 예금자 자산 훼손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감독 규제가 엄격하다. 특히 저축은행 자금이 다른 계열사의 위험을 막는 데 동원됐다면 시장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금융그룹의 내부 자금 운용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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