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플레이크, 'AI 중심 기업 플랫폼' 선언…비정형 데이터 전쟁 본격화

| 김민준 기자

스노우플레이크(SNOW)가 자사 연례 서밋에서 발표한 야심 찬 AI 강화 전략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의 미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 저장 그 자체보다, 데이터를 신속히 업무 자동화로 전환하는 ‘행동 기반 AI’ 구현이 핵심 목표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이를 위해 최신 AI 모델, 데이터 분석 에이전트,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 신규 기능을 대거 공개했다. 경쟁사인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역시 곧 열릴 자사 서밋에서 맞대응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스노우플레이크와의 치열한 AI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스리다르 라마스와미(Sridhar Ramaswamy) CEO는 “AI 혁신의 중심에 서겠다”는 메시지를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는 “스노우플레이크는 단순한 데이터 관리 플랫폼이 아닌, 1만개 고객사의 업무 혁신을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 소스에 기반한 AI 실행력을 자신했다. 이에 따라 슬랙 메시지부터 CRM 테이블까지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하고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기능 ‘Snowflake Intelligence’도 공개됐다.

특히 핵심 기술로 소개된 ‘어댑티브 컴퓨트(Adaptive Compute)’는 컴퓨팅 성능을 사용자가 직접 구성하지 않아도 AI 작업에 최적화되도록 자동 조율된다. 이는 향후 AI 워크로드가 폭증할 것을 대비한 전략적 기능으로, 우선 사전 미리보기로 시작된다. 스노우플레이크의 아틴 아바네스(Artin Avanes) 수석은 “이 기능은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의 기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서밋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테마는 *비정형 데이터*였다. 전 세계 데이터의 90%가 구조화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이를 AI 적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랜딩AI와 협력해 문서 기반 비정형 데이터를 시각적 방식으로 정제하는 ‘Agentic Doc Extraction’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이는 최근 처리 속도를 30배 높여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스노우플레이크가 자체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변모하려는 시도는 기업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도 직결된다. 더 이상 데이터 과학자만이 아니라, 일반 관리자나 기획자도 자연어 기반 질의와 AI 에이전트를 통해 일상적 의사결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 데이터 해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이러한 흐름은 곧 ‘모두가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중이다.

이번 주 기술 업계에선 이 밖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계속됐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선언하며 탄소세와 정부 계약 논란으로 갈등이 드러났고, 테슬라 주가는 14% 하락해 시장 충격을 더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를 위한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 규모 채권 발행 계획을 밝혔으며, 아마존(AMZN) 역시 AI 강화를 위한 북캐롤라이나 데이터센터에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기업 서클(Circle)이 IPO에서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를 조달하고 첫날 주가가 170% 급등하면서 핀테크 IPO 기대감을 키웠으며, 뒤이어 차임(Chime)이 112억 달러(약 16조 1,000억 원)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AI 가속 열기는 비단 기술 대기업뿐 아니라 기업용 솔루션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브로드컴(AVGO)과 HPE는 AI 수요에 힘입어 실적을 긍정적으로 발표했고, 몽고DB(MDB)는 역대급 실적을 내며 주가가 13%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변동성이 여전한 변수로 시장의 신중론도 여전히 팽배하다.

아마존의 비밀 연구소 Lab126이 에이전틱 AI 기반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이번 주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자동화, 로봇 공학, 인공지능이 하나로 융합되는 새로운 혁신의 신호탄으로, 향후 주요 테크 기업들의 기술 로드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데이터 저장, 분석, 자동화, 그리고 기업 고객 실사용까지 AI 기술이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스노우플레이크처럼 기존 전문 도메인에서 AI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플레이어들의 성패가 향후 기업 기술 시장의 새로운 균형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