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오는 가을 공식 출시를 앞둔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iOS 26을 공개하며 디자인과 인공지능(AI) 분야의 일부 진전을 소개했지만, 가장 주목받던 AI 기반 시리(Siri) 업그레이드는 언급을 미루면서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지시간 9일 애플이 개최한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새로운 시리 기능에 대해 “우리의 고품질 기준을 충족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에 추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향후 시리가 사용자의 앱 내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개인화 및 멀티태스킹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번 발표로 이 기능은 2026년 이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해당 일정 지연이 아이폰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AI 역량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구글(GOOGL),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다른 빅테크들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애플은 더욱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이번에 공개된 iOS 26에는 실시간 번역 기능 확대, 생성형 이모지(Genmoji) 도입, ‘리퀴드 글래스’로 명명된 시각적 디자인 개편이 포함됐다. 특히 챗GPT와의 연계를 통해 AI 기반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부분적으로 강화됐다. 애플은 이와 함께 개발자들이 자사 AI 모델을 앱에 통합할 수 있도록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Foundation Models Framework)’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도 처음 공개했다.
페더리기 부사장은 “매일 사용하는 앱에 지능형 경험을 불어넣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관련 생태계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신규 게임 앱, 카플레이(CarPlay) 인터페이스 개편, 앨범 탭이 분리된 새로운 사진 앱 등도 함께 발표됐다. 운영체제 명칭은 종전의 iOS 19에서 26으로 한꺼번에 점프하며 iOS 명명 체계의 개편도 예고했다.
그러나 핵심으로 여겨졌던 AI 시리 기능이 빠지면서, WWDC 직후 애플 주가는 소폭 하락세로 전환됐고, 이날 기준으로 올해 들어 약 20% 가까이 주가가 빠진 상태다. 최근 오픈AI가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디자인 총괄이 설계한 인공지능 하드웨어 스타트업 ‘이오’를 65억 달러(약 9조 3,600억 원)에 인수한다는 발표도 애플에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이 과연 느리지만 정밀한 접근으로 AI 퍼스트 경쟁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혹은 기술 트렌드에서 점점 뒤처지는 방식으로 남게 될지는 향후 1~2년이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