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로 칩 설계 혁신 나선다…반도체 경쟁 판도 바뀌나

| 김민준 기자

애플이 자사 기기의 핵심 동력원인 커스텀 칩을 설계하는 데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AI를 통해 복잡한 칩 설계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생산성을 대폭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 하드웨어 기술 수석 부사장 조니 스루지(Johny Srouji)는 지난달 벨기에에서 열린 ITF 월드 콘퍼런스 연설에서 "칩 설계에 있어 가장 최첨단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얻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업들은 복잡한 칩 설계를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라며 "생성형 AI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설계 작업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생산성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DA 업계 1~2위 업체로 꼽히는 캐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와 시놉시스(Synopsys) 역시 자사 플랫폼에 AI 기능을 접목하는 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반도체 설계 자동화 회사들이 잇달아 AI를 도입하면서, 업계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스루지 부사장은 이날 연설에서 아이폰 초기 칩부터 최근 출시된 맥 컴퓨터, 그리고 비전 프로 혼합현실 헤드셋까지 이어지는 애플의 칩 개발 여정도 함께 소개했다. 애플은 최근 수년간 커스텀 실리콘 칩 내재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AI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술 도입 여부에 따라 애플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글로벌 설계 생태계 전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