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케이블 72~92% 동시 고장 나야 비트코인 단절”…케임브리지 첫 실증 연구

| 서도윤 기자

비트코인(BTC) 네트워크는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물리적 인프라 붕괴가 있어야 비트코인을 실제로 끊어낼 수 있나’라는 질문은 그동안 직관과 추정에 기대 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CCAF)가 내놓은 최신 연구는 이 공백을 처음으로 데이터로 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케임브리지 연구진은 지난주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물리 인프라 장애’ 내성을 장기간 추적한 첫 종단 연구를 발표했다. 11년치 P2P(피어투피어) 네트워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된 해저 케이블 장애 사건 68건을 대조 분석해 비트코인의 연결성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추정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며 중동 지역 인프라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오프라인으로 만드는 난도’를 가늠할 첫 경험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결론은 단순하다. 전 세계 국가 간 해저 케이블의 72~92%가 ‘동시에’ 고장 나야 비트코인 노드가 의미 있게 단절되는 수준의 충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각 시나리오마다 1,000회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는데, 무작위 케이블 장애는 네트워크에 거의 ‘티가 나지 않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비트코인은 한 번에 무너지는 구조가 아니라, 장애가 커질수록 서서히 성능이 저하되는 ‘완만한 열화(graceful degradation)’ 특성을 보였다.

실제 사건 분석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확인됐다. 68건의 현실 장애 가운데 87% 이상이 노드 영향 5% 미만에 그쳤다. 가장 큰 단일 사건으로 분석된 사례는 2024년 3월 코트디부아르 인근 해저 지형 변화로 7~8개 케이블이 동시에 손상된 경우다. 당시 지역 노드의 43%가 영향을 받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는 비트코인 노드 5~7개가 영향을 받은 정도로 추정됐다. 전체 네트워크의 약 0.03% 수준이다.

가격과의 상관관계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케이블 장애와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계수는 -0.02로 집계됐다. 인프라 사고는 일상적인 변동성에 묻혀 시장 가격에서는 거의 관측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논문의 가장 중요한 함의를 “무작위 장애와 ‘표적 공격’의 비대칭성”으로 짚었다. 자연재해나 우발 사고 같은 무작위 장애는 72~92%에 달하는 대규모 케이블 손실이 있어야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만, 대륙 간 ‘병목’ 역할을 하는 핵심 케이블(네트워크 중심성 지표인 betweenness centrality가 높은 구간)을 노린 표적 공격은 임계치가 2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자가 “아무 케이블이나” 끊는 게 아니라 “가장 연결성이 몰린 길목”을 끊을 때 충격이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호스팅 인프라 쪽은 더 민감했다. 노드 수 기준 상위 5개 호스팅 제공업체(헤츠너, OVH, 컴캐스트, 아마존, 구글 클라우드)를 표적으로 삼으면, 라우팅 용량의 5%만 제거해도 비슷한 수준의 충격을 만들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위협 모델 자체가 달라진다는 대목이다. 무작위 장애가 ‘자연의 사건’이라면, 핵심 케이블·특정 호스팅을 겨냥한 공격은 ‘국가 단위의 행위’나 규제에 따른 동시 차단, 혹은 의도적 절단 같은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다. 비트코인이 “대체로 잘 버티는 적”과 “여전히 현실적인 위험으로 남는 적”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지도(map)를 그린 셈이다.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비트코인(BTC) 회복력

연구는 회복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도 추적했다. 궤적은 직선이 아니었다. 2014~2017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지리적으로 비교적 분산돼 있었고, ‘치명적 고장 임계치(critical failure threshold)’가 0.90~0.92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2018~2021년에는 네트워크가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리적 집중이 심해지며 회복력이 빠르게 낮아졌다. 특히 2021년 동아시아 지역 채굴 집중이 정점에 달했을 때 임계치가 0.72까지 떨어져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중국의 채굴 규제(중국 채굴 금지)가 채굴·노드 분포 재배치를 촉발하면서 2022년 0.88 수준으로 일부 회복됐고, 2025년에는 0.78에서 안정되는 모습으로 분석됐다. 분산이 강화되면 탄력성이 높아지지만, 인프라·사업자·지역의 집중이 커지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TOR’ 확산이 오히려 네트워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통념을 흔든 결과도 있다. 2025년 기준 비트코인 노드의 64%가 TOR를 사용해 물리적 위치가 관측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은 “위치가 안 보이면 오히려 특정 지역 집중을 숨겨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4계층 모델을 구축해 검증한 결과는 반대였다. TOR 릴레이 인프라는 독일·프랑스·네덜란드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 국가는 해저 케이블 및 육상 국경 연결성이 매우 촘촘한 축에 속한다. 공격자가 TOR 릴레이 용량을 해저 케이블 절단으로 약화시키려면, 애초에 분리시키기 가장 어려운 국가들을 동시에 흔들어야 하는 ‘복합 문제’에 부딪힌다는 설명이다. 시뮬레이션에서도 TOR는 clearnet(일반 인터넷)만 가정했을 때보다 임계치를 0.02~0.10 높여, 전반적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적응적 자기조직화(adaptive self-organization)’로 해석했다. 2019년 이란의 인터넷 차단, 2021년 미얀마 쿠데타 이후 통신 통제, 2021년 중국 채굴 금지 같은 검열·차단 사건을 계기로 TOR 채택이 급증했고, 중앙의 지시 없이도 커뮤니티 차원에서 검열 저항 인프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움직임이 비트코인을 물리적으로도 더 끊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에 준하는 지정학적 충격과 지역 전쟁이 인프라를 흔드는 환경에서,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답은 대체로 명료하다. 무작위적 장애만으로는 비트코인(BTC) 네트워크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핵심 케이블과 특정 호스팅 제공업체를 겨냥한 ‘표적형’ 시나리오는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남아 있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케임브리지 CCAF가 11년치 P2P 데이터와 검증된 해저 케이블 장애 68건을 대조해, ‘비트코인을 오프라인으로 만들 난도’를 경험적으로 제시

- 무작위(자연재해·우발) 장애는 대부분 시장에 체감되지 않았고, 실제로 케이블 장애와 BTC 가격 상관계수는 -0.02로 ‘거의 무관’

- 리스크의 핵심은 ‘무작위’가 아니라 ‘표적형(병목 케이블/호스팅 사업자)’으로 이동: 국가 단위 차단·의도적 절단·규제 동시집행이 현실적 위협 모델

💡 전략 포인트

- 무작위 케이블 고장만으로는 네트워크가 급락·중단되기 어렵고, 장애가 커질수록 서서히 성능이 떨어지는 ‘완만한 열화(graceful degradation)’ 형태

- 다만 핵심 병목 케이블(높은 betweenness centrality) 표적 공격은 임계치가 20% 수준까지 낮아져, ‘공격자의 선택’이 피해 규모를 좌우

- 노드 호스팅 집중이 더 민감: 상위 5개 호스팅(헤츠너·OVH·컴캐스트·아마존·구글 클라우드)을 겨냥하면 라우팅 용량 5% 제거로도 유사 충격 가능 → 노드 운영/인프라 분산(자체 호스팅, 다중 리전, 다양한 ISP) 중요

- 회복력은 시간에 따라 변동: 2014~2017년(0.90~0.92) → 2021년(0.72, 최저) → 2022년(0.88 회복) → 2025년(0.78 안정) → ‘지리·사업자 집중’이 커지면 취약

- TOR 확산은 오히려 회복력 개선(임계치 +0.02~+0.10): 검열/차단 사건을 계기로 커뮤니티가 분산·저항 인프라로 ‘적응적 자기조직화’ 진행

📘 용어정리

- 해저 케이블(Submarine Cable): 대륙 간 인터넷 트래픽을 잇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로, 국제 통신의 핵심 물리 인프라

- P2P 네트워크: 중앙 서버 없이 참여자(노드)들이 서로 직접 연결돼 데이터를 교환하는 구조(비트코인 노드 간 전파 방식)

-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무작위 표본을 반복 생성(예: 1,000회)해 다양한 경우의 수에서 결과 분포를 추정하는 방법

- 완만한 열화(Graceful Degradation): 일부 장애가 생겨도 ‘즉시 붕괴’가 아니라 성능이 단계적으로 저하되는 특성

-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네트워크에서 ‘경로가 가장 많이 지나가는’ 연결 지점의 중요도를 측정하는 지표(병목 구간 식별에 활용)

- TOR: 트래픽을 여러 중계(릴레이)로 우회시켜 IP/위치를 숨기고 검열 저항성을 높이는 익명 네트워크

💡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해저 케이블이 끊기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바로 멈추나요?

연구에 따르면 무작위 해저 케이블 장애만으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즉시 멈추기 어렵습니다. 국가 간 해저 케이블의 약 72~92%가 ‘동시에’ 고장 나야 노드 연결이 의미 있게 단절되는 수준의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대부분의 현실 장애(68건 중 87%+)는 노드 영향이 5% 미만이었습니다.

Q.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실제로 취약한 지점은 어디인가요?

‘무작위 사고’보다 ‘표적 공격’에 더 취약합니다. 대륙 간 병목 역할을 하는 핵심 케이블(매개중심성이 높은 구간)을 노리면, 임계치가 20%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노드가 많이 의존하는 상위 5개 호스팅 사업자를 겨냥하면 라우팅 용량 5%만 제거해도 유사한 충격이 가능하다고 분석돼, 인프라·사업자 집중이 핵심 리스크로 지목됩니다.

Q.

TOR를 쓰는 노드가 많으면 오히려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요?

이번 연구에서는 반대로 TOR가 회복력을 높이는 쪽으로 나타났습니다. 2025년 기준 노드의 64%가 TOR를 사용하고, TOR 릴레이가 집중된 독일·프랑스·네덜란드는 해저 케이블/국경 연결성이 촘촘해 물리적으로 분리시키기 어렵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도 TOR는 clearnet만 가정했을 때보다 임계치를 0.02~0.10 높여 전반적 내성을 개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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