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는 늘었지만 투자 열기는 아직 ‘절반 회복’ 수준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스타트업 투자 분위기는 과거 정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신중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차량 판매는 늘었지만 가격 부담, 무역 갈등, 보조금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전기차 산업 전반의 기대감은 다소 차분해진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2,100만 대를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 차량 구매 4대 중 1대가 전기차일 정도로 보급은 확대됐다. 다만 시장 초기 낙관론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는 기대보다 완만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크런치베이스 집계 기준, 2026년 현재까지 전기차 분야 기업들은 약 36억달러, 원화 약 5조3,161억원을 유치했다. 투자 라운드는 약 50건으로, 지난해보다는 개선된 흐름이다. 그러나 2021년 기록한 약 190억달러, 원화 약 28조572억원 규모의 정점과 비교하면 아직 큰 격차가 있다.
올해 전기차 연관 분야 최대 투자 유치 기업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웨이브였다. 웨이브는 전기차 제조사가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사이지만, 전기차 기반 테스트 이력을 바탕으로 2월 12억달러, 원화 약 1조7,72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86억달러로 평가됐다.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에 있는 슬레이트 오토도 주목받았다. 저가형 전기 픽업트럭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즉 SUV 형태로도 바꿀 수 있는 맞춤형 모델을 앞세워 최근 시리즈C에서 6억5,000만달러, 원화 약 9,599억원을 유치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지원을 받는 회사로도 알려져 있으며, 올해 안에 첫 차량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리비안에서 분사한 마이크로모빌리티 기업 올소 역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전기 자전거와 화물 적재가 가능한 소형 4륜 모델에 집중하고 있으며, 3월 시리즈C에서 2억달러, 원화 약 2,953억원을 확보했다. 도어대시와 협력해 자율주행 배송 차량도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계 스타트업들도 공격적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트럭 개발사 딥웨이는 올해 초 3억1,000만달러, 원화 약 4,578억원을 유치했다. 샤오펑모터스 산하 플라잉카 계열사 아리지 역시 2억달러, 원화 약 2,953억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전기차 산업이 단순 승용차를 넘어 물류, 배송, 도심항공교통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투자금이 산업 전반으로 넓게 퍼지기보다 일부 유망 분야와 대형 플레이어에 집중된다는 점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장 심리를 시사한다.
민간 투자 자금은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회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기업공개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보야가 지난달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인도의 전기 스쿠터·충전 업체 아더 에너지도 지난해 증시에 입성했다.
반면 미국 스타트업들은 최근 분기 들어 기업공개 시장에서 사실상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예외적으로 태양광 전기차 업체 압테라가 올해 초 900만달러, 원화 약 132억9,000만원 규모의 소규모 공모를 진행한 정도다.
인수합병 시장도 비슷하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 기준 최근 분기 동안 벤처 투자를 받은 비상장 전기차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 인수 사례는 많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 거래로는 스웨덴 자율주행 전기 화물운송 스타트업 아인라이드의 기업인수목적회사, 즉 스팩 합병이 거론된다.
올해 전기차 투자 환경은 ‘침체’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강한 회복세로 평가하기도 이르다. 특히 자율주행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뚜렷하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기술 확산이 전기차 생태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되더라도 실제 차량 공급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차 시장은 판매 성장과 기술 혁신이라는 두 축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당분간 ‘선별적 베팅’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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