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시안, 개발자 경험을 ‘전사 생산성’ 해법으로…AI 시대 핵심은 목적 흐름

| 김서린 기자

기업 생산성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이 일했는가’와 ‘몇 명이 일하는가’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인력 확대와 조직 개편만으로는 예전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고, 이제는 업무량보다 ‘업무가 흐르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틀라시안(Atlassian)은 소프트웨어 팀이 지난 20년간 다듬어 온 ‘개발자 경험’ 원칙을 전사 생산성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틀라시안의 고객 최고기술책임자 앤드루 보야지(Andrew Boyagi)는 최근 행사에서, 기업이 빠르게 움직이려면 단순히 일을 많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지식, 의사결정이 조직 전체에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생산성을 좌우하는 흐름으로 ‘목적 흐름’, ‘업무 흐름’, ‘지식 흐름’, ‘지능 흐름’의 네 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목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진의 전략과 우선순위, 그 배경 정보가 현업 팀까지 정확히 전달돼야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인공지능(AI)도 올바른 방향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야지는 목적 흐름이 약한 조직에서는 AI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팀이 더 빠르게 일하더라도 정작 중요하지 않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하게 될 수 있어서다. 그는 강한 목적 흐름이 있어야 AI가 단순한 속도 도구를 넘어 실제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레이싱, 전사 적용의 실험대

아틀라시안은 이런 접근의 대표 사례로 윌리엄스 레이싱(Williams Racing)과의 협업을 들었다. 아틀라시안은 윌리엄스의 공식 타이틀 및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며 조직 전반에 자사 협업 체계를 심고 있다. 포뮬러원(F1)은 모든 판단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고, 매주 성과 개선이 요구되며, 정보 전달의 실패가 경기 결과로 바로 드러나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기업 생산성 실험의 ‘극단적 모델’로 평가된다.

보야지는 소프트웨어 조직을 가로막았던 문제들이 다른 부서에서도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우선순위가 불분명하거나, 필요한 정보가 이메일과 스프레드시트, 개인 머릿속에 흩어져 있으면 AI 역시 맥락 없는 일반론적 답변밖에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틀라시안은 윌리엄스가 지식을 단일 저장소에 문서화하도록 지원했고, 그 결과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정보가 실제 업무 현장에서 더 쉽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저장소로는 아틀라시안의 협업 플랫폼 ‘컨플루언스(Confluence)’가 활용됐다.

AI는 대체재보다 ‘동료’에 가깝다

보야지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핵심을 비껴간다고 봤다. 개발 조직은 지난 20년 동안 테스트, 클라우드, 인프라처럼 원래 별도 팀이 맡았던 역할을 점점 흡수해 왔고, 그 결과 조직 내 가장 생산적인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히 코딩을 잘해서가 아니라, 구조화된 업무 시스템을 체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원칙은 마케팅, 재무, 운영 등 다른 부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은 분명하다. 조직이 여전히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만 보지 말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가치를 전달했는가’를 측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전통적인 생산성 정의인 ‘시간 대비 산출량’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드 줄 수나 AI 토큰 사용량 같은 지표는 실제 비즈니스 가치와 거리가 멀고, 기업이 봐야 할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가치 전달 사슬 전체라고 강조했다.

생산성의 기준, 산출량에서 가치로 이동

이번 발언은 AI 도입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기업 생산성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를 붙인다고 곧바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지식, 실행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도록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핵심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해내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아틀라시안이 제시한 개발자 경험 기반의 생산성 모델이 F1 같은 고압 환경을 넘어 일반 기업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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