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 인공지능 경쟁 우위 위한 반도체 협력체계 구축 필요

| 토큰포스트

한국과 미국, 일본이 인공지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반도체와 에너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함께 묶는 기술 협력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 기준이 단순한 연산 성능에서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옮겨가면서,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연 제6회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에서, 세계 인공지능 생태계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대규모 모델을 한 번 만드는 단계보다,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한미일 3국이 컴퓨팅, 에너지, 냉각 기술을 아우르는 공동 연구개발 플랫폼과 표준 협의체를 만들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특화한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를 함께 개발할 연구 거점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가 언급한 이른바 아시아판 아이멕은 벨기에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을 본뜬 구상이다. 아이멕은 1984년 설립된 뒤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연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는데, 유럽 반도체 생태계의 연결축 역할을 해왔다. 같은 방식으로 한국의 제조 역량, 미국의 설계 경쟁력, 일본의 소재·장비 강점을 결합하면 국가 간 기술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 연합 구도로 번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협력 모델은 공급망 안정과 기술 개발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협력 범위는 반도체에만 그치지 않았다. 안홍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본부장은 3국의 제조,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합친 실증 사업을 바탕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인공지능 패키지를 수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세영 생성에이아이스타트업협회장은 스타트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팅 크레딧 도입을 제안했다. 다만 하부카 히로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인공지능센터 수석연구원은 나라별로 다른 규제 체계가 협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 상호운용성 시스템, 다시 말해 국가별 규제를 서로 충돌 없이 연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안보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수요가 급증할수록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액화천연가스 수출 인프라에 대한 공동 투자와 소형모듈원전 분야의 기술·시공·금융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소형모듈원전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를 줄여 설치 유연성을 높인 발전 방식인데,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신속 인허가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도 거론됐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이형희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산업 경쟁이 반도체 성능 자체를 넘어 전력, 규제, 공급망을 포함한 종합 산업동맹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