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마이닝 소프트웨어 기업 셀로니스가 MIT 연계 의사결정 인텔리전스 스타트업 이키가이랩스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기업용 AI가 실제 업무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컨텍스트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조치로, 셀로니스는 이를 통해 고객사의 운영 전반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디지털 트윈’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셀로니스는 현지시간 13일, 이키가이랩스 인수를 발표하며 대규모 AI 에이전트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이해의 공백’을 지목했다. AI가 기업 내부 운영 방식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의사결정 신뢰도가 떨어지고, 실제 업무 적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새롭게 내세운 컨텍스트 모델은 이런 한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기기, 사용자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프로세스 데이터와 업무 지식을 결합해 기업 운영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준다는 개념이다. 셀로니스는 이 모델이 AI에 필요한 ‘운영 가시성’을 제공해 보다 정확한 추론과 실행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댄 브라운 셀로니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기업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대부분 비공개로 관리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AI 모델은 예컨대 특정 송장과 배송 기록의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 운영의 실제 상태를 보여주는 결정론적 기반, 즉 ‘진실의 원천’ 없이는 어떤 AI 에이전트도 신뢰할 수 있는 실시간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9년 설립된 이키가이랩스는 MIT 인공지능 교수이기도 한 데바브라트 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구조화된 데이터 처리와 분석에 강점을 가진 곳으로, ‘대형 그래프 모델’을 기반으로 기업 고유 데이터를 AI가 더 정교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카르스텐 토마 셀로니스 사장은 컴퓨터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컨텍스트 모델 개발에 2년 이상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목표는 기업 AI 운영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체론적 비즈니스 그래프’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의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고 데이터 레이크 간 경쟁도 심한 상황에서, AI 도입 수요는 커지는데 실제 구축은 쉽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토마 사장에 따르면 셀로니스는 자사의 핵심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플랫폼이 이미 퍼즐의 중요한 조각을 갖고 있다고 봤다. 다만 전체 스택에서 부족했던 요소가 있었고, 그중 핵심이 이번 인수로 확보한 ‘대형 그래프 모델’ 역량이었다. 그는 “AI의 성능은 결국 얼마나 풍부한 맥락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제 각 조직은 실제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델을 기업 AI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키가이랩스 창업자 데바브라트 샤는 인수 후 셀로니스의 기업 AI 수석 과학자로 합류했다. 그는 “이키가이랩스는 대규모 구조화 데이터용 기반 모델 기술을 입증했고, 셀로니스는 기업 프로세스를 체계화해왔다”며 “양사의 결합으로 비즈니스 현실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는 운영 표현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셀로니스는 컨텍스트 모델 초기 도입 사례로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카디널 헬스를 제시했다. 제롬 레비시 카디널 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의료 산업에서는 ‘대부분 맞는’ AI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프로세스 맥락이 있어야 AI 에이전트가 팀의 정밀한 판단을 지원할 수 있고, 여기에 통제 장치까지 갖춰져야 실제 현장 적용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기업 AI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데모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제 운영 환경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물류, 재무처럼 오류 비용이 큰 산업일수록 ‘정밀 인텔리전스’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셀로니스는 이번 플랫폼이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와 데이터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패브릭 등 데이터 레이크와 ‘제로 카피’ 방식으로 연동된다고 밝혔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주요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커넥터도 제공한다. 여기에 아마존 베드록,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IBM 왓슨x 오케스트레이트,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에이전트365,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엔터프라이즈 AI 등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과의 통합도 지원한다.
프로세스 마이닝과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시장에서 셀로니스의 경쟁사는 SAP의 시그나비오, IBM 프로세스 마이닝, 유아이패스 등이 꼽힌다. 다만 이키가이랩스 초기 투자사인 파운데이션캐피털의 아슈 가그는 이번 인수로 셀로니스가 경쟁 우위를 한층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셀로니스가 이미 기업 운영 방식과 문제 발생 지점, 다음에 취해야 할 조치를 살아있는 프로세스 중심 모델로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여기에 이키가이랩스의 의사결정 인텔리전스와 시뮬레이션 역량이 더해지며 실효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인수의 핵심은 ‘더 똑똑한 AI’보다 ‘더 정확한 AI’에 있다.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에 투입하려면 화려한 성능보다 업무 맥락을 놓치지 않는 신뢰성이 우선이다. 셀로니스의 컨텍스트 모델이 그 수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 AI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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