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0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진단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올렸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생산 능력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두 회사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판단이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7만원에서 57만원으로 상향했다. 19일 종가가 27만5천5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본 셈이다. 보고서는 2026년 평균 판매 단가 상승을 범용 디램과 낸드가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범용 메모리는 인공지능용 고부가 제품만큼 주목받지는 않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여전히 거래 물량이 많고 가격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생산 능력 우위가 있어 경쟁사보다 실적 증가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설명이다.
특히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고객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고객들까지 추가 물량 배정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공급이 빠듯할수록 생산 여력이 있는 기업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지는데, 삼성전자가 범용 디램과 낸드에서 이런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삼성전자가 2027년부터 고대역폭 메모리, 즉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으로, 인공지능 서버에 사실상 필수 부품으로 쓰인다. 현재는 일반 디램보다 수익성이 다소 낮을 수 있지만, 2027년에는 HBM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수익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2026년이 삼성전자의 3개년 주주환원 정책 마지막 해라는 점을 들어, 이익 확대에 따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구조적 공급 부족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05만원에서 380만원으로 올렸다. 19일 종가는 174만5천원이었다. 채 연구원은 HBM이 범용 디램보다 생산 능력을 3배 이상 더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규모의 자본 지출을 하더라도 과거처럼 디램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결국 시장 전체의 공급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과정에서 장기 공급 계약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과거에는 1년 단위 계약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와 최대 5년짜리 계약을 맺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사는 필요한 물량을 중장기로 확보할 수 있고, 반도체 업체는 수량 변동성을 줄이면서 높아진 가격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장기 계약 체결 이후에도 추가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고 봤다. 결국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다시 공급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으며, 생산 능력과 고부가 제품 경쟁력을 함께 갖춘 기업일수록 시장 평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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