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회사 발표를 보면,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12억5천만달러 규모의 보통주와 37억5천만달러 규모의 예탁주식을 공모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2026년 3분기부터는 최대 20억달러 규모의 보통주를 시장에서 수시로 직접 매각하는 방식도 병행하기로 했다. 모두 합치면 총 7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조7천억원에 이르는 자금 조달이다.
회사가 대규모 증자에 나선 배경은 인공지능 서버 수요 확대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엔비디아 칩을 탑재한 서버를 설계·제조하는 업체로, 최근 몇 주 동안 새로 확보한 첨단 인공지능 서버 주문을 소화하려면 부품을 선제적으로 사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회사가 언급한 신규 수주 규모가 39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주문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려면 반도체와 각종 부품을 미리 확보해야 해 운전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무 흐름도 이번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지난 3월까지 12개월 동안 68억달러의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회계상 매출 증가와 별개로 실제 현금 유출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처럼 주문 증가 속도가 빠른 업종에서는 생산 확대를 위한 재고 확보와 설비, 부품 구매가 선행되기 때문에 외부 자금 조달이 잦아질 수 있다.
다만 시장은 이런 결정을 곧바로 반기지 않았다.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주가는 7.6% 급락했다. 새 주식이 대거 발행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상대적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 확보가 필요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주당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을 경계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관련 하드웨어 기업들의 공통 과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 투자 붐이 계속되면 서버와 반도체 공급망에 자금이 더 많이 필요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증자나 회사채 발행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잇따를 수 있다. 결국 시장은 단순한 수주 규모보다, 기업이 늘어난 주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과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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