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브릭 지식재산권 기업 바야시스템즈가 유럽 반도체·인공지능 시스템 기업 오픈칩앤드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차세대 AI 워크로드용 지능형 컴퓨트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연산 성능 자체보다 점점 더 중요해진 ‘데이터 이동’ 문제를 설계 초기부터 풀겠다는 데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바야시스템즈는 오픈칩에 자사 데이터 이동 플랫폼과 네트워크온칩 패브릭 기술을 라이선스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기반의 오픈칩은 이를 활용해 차세대 AI 시스템과 고성능 컴퓨팅용 지능형 컴퓨트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오픈칩은 바야시스템즈의 ‘위브IP’ 통합 패브릭을 사용해 지능형 컴퓨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위버프로 패브릭스튜디오’로 복잡한 RISC-V 기반 멀티칩렛 시스템을 설계·최적화하게 된다. 칩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연결하는 멀티칩렛 구조는 최근 AI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는 방식이지만, 부품 간 데이터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느냐가 성능을 좌우한다.
이번 제휴는 바야시스템즈의 유럽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회사는 올해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무소를 연 데 이어 유럽연합 내 첫 거점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 고객층이 늘어나면서 현지 지원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양사가 공략하는 문제는 이른바 ‘메모리 월’이다. 이는 최신 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 칩이 연산 속도보다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서 데이터를 오가는 속도에 더 크게 제약받는 현상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칩 성능이 높아질수록 이 병목이 더 두드러진다고 본다.
바야시스템즈는 많은 칩 설계사가 상호연결 구조를 설계 후반에 붙이는 방식으로 접근해 비효율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반면 자사 플랫폼은 실리콘 제작 전 소프트웨어 단계에서 데이터 흐름을 먼저 시험할 수 있도록 해 초기 문제를 저비용으로 찾아내고, 전력 효율과 성능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게 돕는다는 설명이다.
바야시스템즈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세일레시 쿠마르는 “오늘날 AI 하드웨어가 직면한 확장성, 열 효율, 성능 문제는 상호연결을 ‘사후 요소’로 다뤄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메모리와 연산 사이의 통신 계층이 AI 스택의 핵심 연결 조직”이라고 말했다.
오픈칩은 RISC-V 가속기와 AI·고성능 컴퓨팅용 인프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특히 독점 아키텍처에 따르는 라이선스 제약이나 로열티 부담 없이 맞춤형 가속기를 설계할 수 있는 개방형 명령어 집합 RISC-V를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유럽이 강조하는 ‘디지털 주권’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핵심 반도체 설계와 AI 인프라를 외부 플랫폼 의존 없이 구축하려는 흐름 속에서, 개방형 아키텍처와 자체 최적화 가능한 데이터 이동 기술의 결합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오픈칩 최고경영자 세스크 기움은 바야시스템즈 플랫폼이 자사에 확장 가능한 컴퓨팅 시스템을 제공할 ‘아키텍처 기반’을 마련해준다고 평가하며, 바야시스템즈의 유럽 내 사업 확대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현재 모두 사업 확장 국면에 있다. 오픈칩은 바르셀로나 본사를 중심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등 유럽 6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바야시스템즈 역시 유럽 고객 증가에 대응해 현지 거점을 넓히고 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바야시스템즈는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이 회사는 2025년 1월 매버릭실리콘 주도로 시리즈B 투자 3,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당시 시놉시스($SNPS)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매트릭스파트너스와 인텔캐피털도 기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금액은 원화 기준 약 547억6,680만 원이며, 누적 투자금은 약 4,700만 달러, 약 714억9,110만 원 수준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AI 반도체 경쟁의 초점이 ‘연산 성능’에서 ‘데이터 이동 효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이 자체 AI·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개방형 RISC-V와 칩 간 연결 기술의 결합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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