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최신 인공지능 모델에 내려진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협상에 들어갔다. 최첨단 인공지능이 국가 안보와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 기업과 정부가 어디까지 통제하고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주말 최고위 기술진으로 꾸린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내 자사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사용 제한 문제를 조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모델을 외국 정부와 기관, 개인이 쓰는 것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양측은 공동 실무단 형태로 대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실제 조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로 읽힌다.
이번 통제의 배경에는 미토스 계열 모델의 높은 성능이 있다. 미토스는 사람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제로데이, 즉 아직 공개되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내고 이를 공격에 활용할 도구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능력은 보안 방어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반대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미토스5는 원래 전산 인프라 기업 같은 제한된 기관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제품이고, 페이블5는 일반 이용자도 쓸 수 있도록 위험 기능을 억제하는 안전장치, 이른바 가드레일을 적용한 버전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일부 이용자가 이 가드레일을 무력화해 해킹이나 테러에 악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앤트로픽은 정부의 이런 판단이 기술적 오해에 기반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회사는 자사 안전장치가 현실적으로 충분히 작동한다고 설명하고 있고, 실제로 이번 조치 이후 전 세계 서비스 일부를 일시 중단했으며 외국 국적 직원의 해당 모델 접근까지 막는 비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는 공동 창업자인 톰 브라운 최고전산책임자와 사라 헥 공공정책 총괄이 직접 나서 기술적 안전장치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션 케언크로스 국가사이버국장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도 긴급 전화 회의가 이어졌다.
앤트로픽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긴장과 조정을 반복해 왔다. 앤트로픽은 연초 미군이 사용하는 자사 인공지능의 자율 살상 무기 활용 금지를 촉구했다가 미 국방부로부터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되는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이후 미토스의 성능이 안보 이슈로 부상하면서 양측은 대립보다는 협의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이번 협상은 인공지능 산업이 단순한 민간 기술 경쟁을 넘어 수출 통제와 안보 규제의 틀 안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고성능 인공지능의 국제 서비스와 해외 인력 접근, 기업의 안전장치 입증 책임을 둘러싼 규제가 한층 촘촘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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