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보안 시스템 ‘마이토스(Mythos)’의 등장이 블록체인 업계의 취약점 점검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비용과 시간에 묶여 있던 스마트 계약 보안 감사가 ‘상시 점검’ 체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토스는 코드 취약점을 스스로 탐지하는 AI 시스템으로, 이달 초 공개됐다가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철회된 상태다. 하지만 짧은 공개 기간에도 불구하고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AI 보안 도구가 더 저렴하고 빠르게 보급되면서, 개발자와 기관이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보안 검증’ 수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스마트 계약 감사는 높은 비용이 가장 큰 장벽이었다. 정밀 감사에는 수주 이상의 시간과 상당한 비용이 필요해 일부 프로젝트는 아예 검증을 생략하기도 했다. ENS 랩스의 최고정보보호책임자 알렉산더 어벨리스(Alexander Urbelis)는 “기본 감사 비용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몇 주 걸리던 작업이 몇 분 만에 가능해지면서, 중소 프로젝트도 빠르게 보안 점검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기존 자동화 도구인 ‘퍼저(fuzzer)’가 무작위 입력으로 오류를 찾았다면, 마이토스 같은 AI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단순 오류 탐지를 넘어 코드의 ‘의도’를 추론하고 실제 작동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어벨리스는 이를 두고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질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기계가 단순 탐색을 넘어서 ‘추론’ 기반의 보안 분석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SVRN의 COO 데이비드 슈웨드(David Schwed)도 변화의 폭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AI는 인간 공격자처럼 행동한다”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기존 도구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구조였다면, AI는 보다 유연하고 적응적인 접근을 취한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변화는 ‘지속적 감사’다. 과거에는 특정 시점에만 진행하던 보안 검토가 이제는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슈웨드는 “저렴한 비용으로 지속적 감사와 수정 제안이 가능해진 것이 핵심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업계 전반의 책임 기준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비용 문제로 일부 검증을 생략하는 것이 어느 정도 용인됐지만, 이제는 그 논리가 약해진다. 어벨리스는 “AI 보고서가 깨끗하다는 사실이 더 이상 책임 회피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저렴한 도구가 있었는데 왜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역시 프로젝트 투자 전 AI 기반 보안 점검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과실’로 간주될 여지도 제기된다.
다만 AI가 인간 감사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I는 코드 오류 탐지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경제적 구조나 인센티브 설계에서 발생하는 취약점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벨리스는 “대규모 손실은 종종 의도와 공격 유인에서 비롯된다”며 “이 영역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대형 해킹 사례 중 상당수는 코드 결함이 아닌 외부 요인에서 발생했다. 드리프트(Drift) 해킹은 수개월간 진행된 사회공학 공격의 결과였고, 로닌(Ronin)과 바이비트(Bybit) 사건 역시 키 탈취와 승인 절차 조작이 핵심 원인이었다. 슈웨드는 “어떤 코드 분석 도구도 권한 있는 서명이 잘못된 거래를 승인하는 상황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마이토스를 비롯한 AI 보안 기술은 모든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취약점 발견 비용’과 ‘보안에 대한 기대 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마트 계약 보안의 기준이 한 단계 올라가는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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