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026년 6월 24일(현지시간)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최근 시장을 짓눌렀던 반도체 업황 고점 통과 우려가 다시 약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너무 빠르게 달아오른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에 따르면 기술주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인공지능 확산 속도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번졌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주가가 실적 기대를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기준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지수는 최근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60% 이상 높은 수준에서 움직였는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주가 하락에 3배로 베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상장지수펀드(SOXS)에 개인 자금 4억3천700만달러, 약 6천62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실적은 이런 회의론을 단숨에 누그러뜨렸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총이익률은 84.9%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39%를 두 배 이상 웃돌며 회사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공지능 대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75%, 메타플랫폼의 81.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실적 발표 뒤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4% 급등했고, 나스닥 선물도 함께 강세를 보였다. 브로드컴 69.5%, 마이크로소프트 67.6%, 알파벳 62.4%, 샌디스크 78.4%와 비교해도 수익성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경에는 장기공급계약(SCA,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물량과 가격 범위를 보장하는 계약)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장기공급계약에 적용된 가격 하한선이 과거 어느 반도체 경기 사이클의 최고 분기 마진보다도 높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수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메모리를 확보하려고 높은 가격을 감수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마이크론이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도 약 86%로 제시했다. 미국 투자회사 서스퀘하나의 메흐디 호세이니 애널리스트가 “30년간 저평가돼온 업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구조 변화를 반영한다.
메모리 부족 현상은 이제 데이터센터를 넘어 소비자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메모리 시장 상황을 “지속 불가능하다”고 표현하며 아이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투자 붐이 더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만 이미 기대가 많이 반영된 만큼 작은 악재에도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메모리 공급 제약과 인공지능 인프라 수요가 동시에 이어지는 한, 이번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강세와 투자 기대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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