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기반 벤처캐피털 테이프스트리 VC가 8,000만달러, 원화 약 1,244억4,800만원 규모의 3호 펀드를 조성했다. 유럽 스타트업 시장에서 ‘반복 창업자’가 가장 강력한 장기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미 한두 차례 회사를 세운 경험이 있는 창업자 발굴에 더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테이프스트리 VC는 유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창업에 나선 기업가들이 지금까지 2조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형 인수·합병과 상장이 본격화하면, 또 다른 세대의 ‘반복 창업자’가 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매니징파트너 패트릭 머피는 크런치베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반복 창업자 슈퍼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런던으로 복귀했고, 회사도 현지에 새로운 플래그십 오피스를 열었다.
머피는 반복 창업자의 강점으로 단순한 경험치를 넘어선 ‘인맥’과 ‘채용 속도’를 꼽았다. 첫 창업을 거친 창업자는 제품 개발, 자금 조달, 핵심 인재 영입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이는 초기 기업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3호 펀드에서도 투자 건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테이프스트리 VC는 프리시드와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 약 30곳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투자금은 더 커진다. 기존 펀드에서는 평균 100만달러 안팎을 집행했지만, 새 펀드에서는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원화로는 약 15억5,560만원에서 46억6,680만원 규모다.
이 회사의 특징은 창업자가 다음 회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관계를 쌓는다는 점이다. 머피는 “새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디어를 논의하자”는 접근을 강조했다. 다만 인큐베이터나 액셀러레이터처럼 대가를 요구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유럽 초기 투자 시장이 단순 자금 경쟁에서 네트워크와 창업 파트너십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붐 이후 유능한 창업자 확보가 더 어려워지면서, 초기 VC들은 창업 전 단계부터 유망 인재를 선점하려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테이프스트리 VC의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스마트폰·이어버드 제조사 나싱과 AI 고객 서비스 스타트업 핀 AI가 꼽힌다. 핀 AI는 최근 세일즈포스에 36억달러, 원화 약 5조6,001억6,000만원에 인수되며 성과를 냈다.
이 밖에도 드론 배송 스타트업 만나 에어 딜리버리, 제조 자동화 기업 선라이즈 로보틱스 등에 투자해왔다. 최근에는 AI 보안 분야를 다시 핵심 투자 축으로 설정하고 트레이스빗, 메이즈, 키카드 등에 자금을 집행했다.
새 펀드에는 영국 국책 투자기관 브리티시 비즈니스 뱅크를 비롯해 연기금 레일펜, 펀드오브펀드 성격의 몰튼 벤처스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 세라 프라이어도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머피는 창의적이고 독특한 회사를 더 많이 탄생시키려면 활력 있는 ‘부티크 시드 투자’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형 자본이 후기 단계에 몰리는 흐름과 달리, 작은 규모의 전문 VC가 초기 혁신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번 펀드 조성은 유럽 벤처 시장이 단순히 AI 열풍을 좇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엑시트 이후 등장할 차세대 반복 창업자까지 선제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국 초기 시장의 경쟁력은 자금 규모보다도 ‘누가 다음 창업자를 먼저 알아보느냐’에 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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