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미국 텍사스주에서 지어지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통째로 빌리기로 하면서, 인공지능 인프라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분명해졌다. 반도체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사 칩이 실제로 깔릴 전력과 공간까지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넓힌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26년 7월 28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헛8이 건설하는 1기가와트 규모 시설 전체를 임차하기로 했다. 헛8 공시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15년 기준 196억달러, 우리 돈 약 28조7천억원 수준이며, 30년 연장 옵션까지 반영하면 최대 500억달러, 약 73조원으로 불어난다. 이 시설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가 탑재되고, 완공 뒤에는 네오클라우드 업체 등에 다시 빌려주는 구조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오클라우드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달리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해 서버 자원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지능 산업의 병목이 이제 칩 자체를 넘어 전력과 데이터센터 부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최근 미국에서는 전력망 여유가 줄어들면서 이런 시설을 새로 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코어위브 같은 네오클라우드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자사 칩 수요를 키워왔는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장비가 들어갈 공간 자체를 선점하는 데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구글 등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시장 우위를 유지하려고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계약은 데이터센터 개발사인 헛8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장기 임차인이 미리 확보되면 향후 현금흐름이 비교적 뚜렷해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 회수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그만큼 부채 조달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고, 대규모 건설비를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금융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구글도 자사 텐서처리장치, 즉 티피유 칩 기반 데이터센터에 금융 보증을 제공하거나 개발사를 위해 낮은 금리의 채권 발행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이른바 순환금융 우려도 키운다. 칩 제조사와 고객사, 인프라 개발사가 지분 투자와 대출 지원, 장기 계약으로 촘촘히 얽히면 산업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경기 둔화나 수요 급감 같은 충격이 닥쳤을 때 부실이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헛8은 계약 상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 센터가 엔비디아의 디에스엑스 아키텍처 기준에 맞춰 구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역시 파트너들과 협력해 인공지능 인프라 배치를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경쟁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성능만이 아니라 전력, 부지, 금융 조달 능력을 함께 갖춘 종합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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