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라이즈, ‘딜 GPS’ 내세워 1500만달러 시리즈A 유치…AI로 영업 ‘관계 지도’ 만든다

| 손정환 기자

기업용 세일즈 플랫폼 센트럴라이즈(Centralize)가 1500만달러, 원화 약 218억1000만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스텔스 모드를 끝냈다. 고객사 내 의사결정자 변화를 놓쳐 대형 계약이 흔들렸던 현장 경험이 창업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관계 기반 영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투자는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가 주도했고 세일즈포스 벤처스, 와이콤비네이터, 20세일즈, 리추얼캐피털, 애드버브 벤처스가 참여했다. 슬랙 공동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메트로놈 최고경영자(CEO) 스콧 우디도 엔젤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센트럴라이즈는 앞서 세일즈포스 벤처스 주도의 400만달러 시드 투자를 포함해 2023년 창업 이후 총 1900만달러, 약 276억2000만원을 조달했다.

회사를 이끄는 라치트 카타리아 CEO는 스타트업에서 제품 기술 책임자로 일하던 당시, 수십만달러 규모의 엔터프라이즈 고객 계약이 갑자기 위태로워지는 일을 겪었다. 엔지니어링 팀 전체 업무를 2주간 멈추고 고객이 요구한 기능 수정을 내놨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뒤늦게 확인한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관계’였다. 기존 담당자가 회사를 떠났고 새로운 의사결정자가 등장했지만, 이를 아무도 추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카타리아는 이 경험을 통해 현대 영업 조직에 ‘관계 레이어’가 비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한 가지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활동 이력을 쌓는 기존 고객관계관리(CRM) 방식만으로는 실제 계약 성사 여부를 좌우하는 내부 영향력 구조를 읽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메타·슬랙 출신 창업진, 영업 조직의 ‘관계 지도’ 공략

센트럴라이즈 공동창업자들은 대형 기술기업 출신이다. 카타리아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재학 후 메타의 코로나19 시기 전자상거래 확장 과정에서 페이스북 숍스 초기 엔지니어로 참여해, 1년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2억5000만명 규모로 키우는 데 관여했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윌리엄 왕은 슬랙 허들스의 초기 버전을 만들었고, 이후 슬랙에서 엔지니어링과 제품 조직을 이끌었다.

두 사람은 와이콤비네이터 2024년 겨울 배치를 통해 센트럴라이즈를 설립했다. 이후 2024년 12월 첫 제품을 시장에 내놨고, 핵심 기능으로 ‘멀티스레딩’을 내세웠다. 멀티스레딩은 한 기업 내 구매, 법무, 현업 부서, 최고경영진까지 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 전반을 폭넓게 파악하고 연결하는 영업 전략을 뜻한다.

센트럴라이즈는 정적인 기록 저장소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계정 지도’를 표방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AI 에이전트가 자사 데이터, 통화 녹취, 이메일, 캘린더 일정, 웹 정보 등을 분석해 자동 조직도를 만들고, 어떤 인물이 핵심 예산권자인지, 어떤 의사결정자가 비어 있는지, 어느 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회사 측은 이를 ‘딜 GPS’라고 부른다. 내부 AI 비서 ‘센트라’는 “예산 권한자는 누구인가”, “최고매출책임자(CRO)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같은 질문에 즉시 답하고, 핵심 우군이 회사를 떠나거나 새 의사결정자가 합류했을 때도 경고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반응이 끊긴 주요 계약이나 비어 있는 리더십 자리, 아직 접촉하지 못한 승인권자도 짚어준다.

매출 8배 성장 주장… 엔터프라이즈 AI 세일즈 시장 자금 유입 가속

센트럴라이즈는 관리 중인 계정 수를 기준으로 과금하며, 좌석 수는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계정 담당자뿐 아니라 영업개발대표(SDR), 고객성공 관리자(CSM) 등 여러 부서가 같은 계정 지도를 함께 업데이트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회사는 이 방식으로 지난 1년간 매출이 ‘거의 8배’ 늘었다고 밝혔다.

고객사로는 코어위브, 코그니션, 데카곤, 브렉스, 웹플로우, 랭체인, 메인테인엑스 등이 거론됐다. 투자 유치와 함께 개인 영업 담당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싱글플레이어 요금제도 출시했다. 현장 실무자가 먼저 도입한 뒤 경영진과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바텀업’ 전략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의 힐러리 코플로우-맥애덤스 벤처 파트너는 지난 10년간 구매 의사결정 위원회 규모가 거의 두 배로 커졌다고 짚었다. 그는 기존 매출 기술 스택이 ‘구매 위원회를 항해하는 문제’보다 활동 기록 수집에 치우쳐 있었다며, AI 확산으로 이런 구조적 공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2026년은 엔터프라이즈 마케팅·세일즈·CRM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서 지난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강한 흐름으로, AI가 기업 영업의 실행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기대가 자금 시장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센트럴라이즈의 성패는 결국 AI가 영업 데이터를 더 많이 모으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람 사이의 ‘관계 변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대형 계약의 변수는 여전히 복잡한 만큼, 시장은 이 회사가 빠른 성장세를 장기적인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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