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유비에스가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에 대해 처음 내놓은 분석에서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공지능 확산이 반도체 업황을 장기 호황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비에스는 7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D램 수요 증가율이 올해 22%에서 내년 36%로, 낸드플래시는 20%에서 23%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용량 기준 출하량을 뜻하는 비트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은 데이터센터와 서버, 개인용 기기 전반에서 메모리 탑재량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에이전틱 인공지능 확산을 들었다. 단순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늘어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일반 서버와 PC의 중앙처리장치 헤드노드에 들어가는 DDR5, LPDDR5 수요까지 함께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낸드플래시도 KV캐시와 저장장치 같은 응용처가 확대되며 수요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고 봤다.
유비에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메모리 업황은 공급이 급증하면 가격이 급락하는 변동성이 컸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와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수급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변화는 업계 1위 경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비트 출하량 기준 점유율 48%로 선두를 유지하겠지만,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41%로 올라서고 SK하이닉스는 39%로 소폭 밀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이크론은 20%로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다. HBM은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핵심 메모리여서, 점유율 변화는 단순한 판매 경쟁을 넘어 향후 수익성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 흐름에서는 장기공급계약이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유비에스는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장기공급계약 재계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10건의 계약이 체결됐고, 여기에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주요 완제품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27년 이후를 겨냥한 HBM 관련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장기 계약은 단기적으로는 가격 급등 폭을 제한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요처를 미리 확보해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 마진과 주주환원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D램 평균판매가격은 모바일 비중 확대, 일부 고정가격 계약, HBM4 출하 지연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30% 오르는 데 그쳤다고 유비에스는 분석했다.
유비에스는 이런 점을 반영해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에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204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1년 안에 61%가량 오를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현재 주가가 구조적으로 높아진 메모리 수익성, 강화된 잉여현금흐름 창출력, 확대된 주주환원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예탁증서는 7월 14일 고점 대비 35% 하락했고 공모가 149달러보다도 15% 낮은 수준까지 밀렸는데, 유비에스는 시장이 장기 자기자본이익률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뉴욕증시에서는 이날 반도체주 전반의 강세 속에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가 17.5% 급등한 1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실제 메모리 실적으로 이어지는지가 확인될수록,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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