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이번 주 ‘메가딜’이 쏟아졌다. 10억달러를 넘긴 거래만 3건이 나왔고, 인공지능(AI) 인프라, 라이브커머스, 사이버보안, 바이오, 핵심 광물까지 대형 자금이 폭넓게 유입됐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7일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대형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거래는 자동화 공장 개발사 해드리안(Hadrian)의 13억7000만달러 조달이었다. 원화 기준 약 1조9286억원 규모다. 이번 시리즈D는 WCM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워싱턴하버파트너스, 밸러에쿼티파트너스, 137벤처스, JP모건체이스, 베일리기포드가 주도했고, 기업가치는 78억7000만달러로 평가됐다.
공동 2위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기업 베이스파워(Base Power)와 원자력 기술 기업 발라 아토믹스(Valar Atomics)였다. 두 회사는 각각 10억달러, 약 1조4078억원을 유치했다. 베이스파워는 주거용 배터리 저장 시스템과 함께 ‘베이스 코어’ 가정용 배터리를 공개하며 투자 유치에 나섰고, 투자 후 기업가치는 130억달러로 책정됐다. 발라 아토믹스는 시리즈B 자금 외에도 2억달러 신용공여 한도를 추가 확보해 원자력 인프라 확장 여력을 키웠다.
AI 관련 투자도 두드러졌다. 루미렌스(Lumilens)는 AI 인프라 연결 플랫폼을 앞세워 7억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볼타(Volta) 역시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스텔스 모드를 끝내고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기업가치는 24억달러로 평가됐다. 최근 생성형 AI 열풍 이후 단순 모델 개발보다 데이터센터, 연결망, 클라우드 같은 ‘기반 시설’에 자금이 쏠리는 흐름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라이브 쇼핑 플랫폼 왓낫(Whatnot)은 5억4500만달러를 유치하며 소비자 플랫폼 가운데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를 기록했다. 이번 라운드로 로스앤젤레스 기반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2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서도 실시간 판매와 커뮤니티형 쇼핑 모델이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광물 공급 프로젝트 개발사 마리아나미네랄스(Mariana Minerals)는 3억1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광산과 정제 시설을 설계·운영하는 구조를 내세우고 있다. 공급망 안정과 자원 안보가 주요 산업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스타트업에도 대형 자금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사이버보안 기업 호라이즌3(Horizon3)는 2억5000만달러 규모 시리즈E를 발표했다. 기업가치는 20억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지난해 시리즈D 때보다 3배 높은 수준이다. 해킹 위협과 AI 기반 공격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안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라이프마인 테라퓨틱스(LifeMine Therapeutics)가 1억8800만달러를 확보했다. 회사는 이 자금을 주력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과 이식·면역학 치료제 파이프라인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해피로봇(HappyRobot)도 물류, 금융서비스, 유틸리티, 제조업을 겨냥한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1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
이번 주 미국 스타트업 투자 흐름은 자금이 완전히 마른 것이 아니라, 대형 시장을 겨냥한 인프라 기업과 산업 전환 수혜 분야에 ‘선택과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조, 에너지저장, 원자력, AI 인프라처럼 장기 성장성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큰 분야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이런 메가딜이 시장 전반의 회복을 뜻한다고 보기는 이르다. 대형 투자 라운드는 일부 유망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고, 초기 스타트업 전반의 자금 사정과는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주 투자 집계는 미국 벤처 시장에서 ‘큰돈’이 다시 움직일 때 어디로 향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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