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피(HP·$HPQ)가 화웨이(Huawei)의 일부 와이파이 특허를 쓰는 다년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제품 공급이나 부품 조달이 아니라 표준특허 사용 권리를 다루는 계약이다.
씨엔비씨(CNBC)는 에이치피와 화웨이가 일부 와이파이 특허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과 중국 통신장비 기업의 직접 공급 거래는 제재로 제한돼 있지만, 표준특허 라이선스는 별도 구조로 이어진 셈이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엔티티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상무부는 당시 미국 기술을 엔티티 리스트 대상자에게 판매하거나 이전하려면 BIS 허가가 필요하며,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이익을 해칠 경우 허가가 거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말 마무리된 특허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시스벨(Sisvel)은 2025년 11월 자료에서 에이치피가 시스벨 와이파이6 특허풀의 라이선스 사용자가 됐고, 이 합의로 윌러스(Wilus), 화웨이, 필립스(Philips)가 에이치피를 상대로 제기한 관련 분쟁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시스벨 자료에서 에이치피는 802.11ax 와이파이6 표준에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된 약 2,000개 특허와 245개 특허 패밀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시스벨은 당시 특허풀 라이선스를 받은 주체가 40곳에 가깝고, 에이치피 외에도 시스코(Cisco), 넷기어(Netgear), 에이서(Acer)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표준필수특허는 특정 기술 표준을 구현할 때 사실상 필요한 특허를 뜻한다. 제조사가 와이파이처럼 공통 표준을 채택하려면 관련 특허권자와 라이선스 조건을 정해야 하며, 여러 권리자가 묶인 특허풀은 이 절차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통로로 쓰인다.
이번 사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제재와 지식재산권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 수출통제는 기술 이전과 공급망 거래를 제한하지만, 표준특허 라이선스는 특허권 사용 조건을 정하는 계약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 기업도 이 구조 안에 있다. 시스벨은 윌러스가 2012년 설립된 한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진삼곽(Jin Sam Kwak) 윌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시스벨 자료에서 “소송이 끝나고 에이치피가 또 다른 시스벨 와이파이6 특허풀 라이선스 사용자가 되면서 연구개발과 와이파이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허 분쟁 종료가 권리자와 제조사 모두에 비용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스티븐 가이슬러(Steven Geiszler) 화웨이 미국 지식재산권 담당 변호사는 시스벨 자료에서 “이번 합의가 에이치피와의 현재 분쟁을 해결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벨 같은 특허풀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산업 참여자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와이파이 표준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공개적으로 확대해 왔다. 화웨이는 2026년 6월 자료에서 와이파이7 소비자용 기기 특허료를 대당 0.5달러로 제시했고, 2024년 말 기준 자사 특허 라이선스 계약이 전 세계 소비자 전자기기 12억대 이상을 포괄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2022년 7월 시스벨 와이파이6 특허풀 창립 멤버로도 참여했다. 통신장비와 단말 사업이 제재 영향을 받는 동안에도 표준특허 포트폴리오는 별도의 수익화 수단으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국내 시장과도 연결점이 있다. 한국 제조사와 기술기업은 와이파이, 통신, 반도체 등 표준 기술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특허풀과 라이선스 협상에 노출돼 있다. 메모리 핵심 기술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지식재산권은 제품 경쟁력만큼 중요한 산업 변수로 다뤄진다.
최근 기술기업들은 특허를 단순 방어 자산이 아니라 사업 확장과 협상력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내 블록체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에이치피는 중국시간 27일 오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의 재무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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