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외국산 첨단 로봇과 드론 규제를 넓히면서 중국 로봇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중국 업체들은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미국 밖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미국이 7월과 8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첨단 로봇 시스템 규제를 강화하고 수입 드론과 관련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드론 관세는 9월부터, 추가 부품 관세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7월 28일 외국산 첨단 로봇 장치와 연결형 전력 인버터를 커버드 리스트에 추가했다. 첨단 로봇 장치에는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 포함된다. 본지는 앞서 중국 휴머노이드 비중과 미국 외국산 로봇 규제가 동시에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커버드 리스트는 미국 당국이 국가안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통신 장비와 서비스를 관리하는 목록이다. 이번 조치는 외국산 첨단 로봇 장비의 신규 승인과 판매 절차에 영향을 주는 규제 성격이 강하다.
규제는 미국 시장의 일부를 보호할 수 있지만 중국의 제조 규모와 비용 우위를 직접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앙쿠르 색세나(Ankur Saxena) TDK벤처스 투자 책임자는 테크크런치에 “미국은 최첨단 AI, 소프트웨어, 반도체 혁신에서 앞서고 중국은 제조 규모, 공급망 깊이, 비용에서 앞선다”고 말했다. 제재만으로 비용 곡선을 우회할 수 없고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8월 20일 보고서에서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2만2000대를 넘었고 전년 동기 대비 약 3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출하량 기준 상위 5개 업체는 애지봇(Agibot), 유니트리(Unitree), Galbot, 유비테크(UBTECH), Leju Robotics였으며 이들 5개사가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애지봇은 상반기 약 9700대를 출하해 43%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니트리는 7000대 이상을 출하했다. 본지는 앞서 유니트리가 휴머노이드 출하 실적을 앞세워 과창판 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데이터 확보와도 연결된다.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로봇을 현장에 공급하면 실제 사용 데이터가 쌓이고, 이 데이터는 제품 개선에 쓰인다.
수멘 만달(Soumen Mandal)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기존 제조 기반을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트리는 부품 자체 개발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동차 기업도 반도체와 차량 생산 경험을 로봇 개발에 접목하고 있다.
로봇 시장은 완제품만의 경쟁이 아니다. 통상 센서, 구동 부품, 통신 모듈, 배터리, 제어 소프트웨어, 현장 데이터가 함께 맞물려야 실제 업무 자동화로 이어진다. 가격이 낮아지면 배치 대수가 늘고, 배치 대수가 늘면 학습과 개선에 쓸 운영 데이터가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 시장이 좁아지더라도 중국 업체의 해외 확장 여지는 남아 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처럼 인력 부족이 크고 가격에 민감한 시장이 대표적이다.
드론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산 제품 중심의 보안 기준과 중국 주도의 저가 대량생산 체계가 나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 시장도 단일한 미중 분리보다 지역별 수요와 보안 요건에 따라 갈라지는 형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에도 이 흐름은 부품과 완성 로봇 경쟁 구도를 함께 묻는다. 테크크런치는 한국의 현대가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보유하고 있고 자동차, 제조, 자율 시스템 경험을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한국, 일본, 대만이 각각 강점을 갖고 있어도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아 어느 한 국가가 중국을 단독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보안 요건이 높은 시장에서는 미국과 동맹국 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가격과 생산 규모가 중요한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진출 여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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