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재진입이 한국 전자업계의 사업별 온도차를 키우고 있다. 가전은 소비심리 위축을 부담으로 안는 반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냉각솔루션은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한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는 9월 2일 한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41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 10년물은 4.821%, 일본 10년물은 3.002%, 독일 10년물은 3.411%였다.
금리 상승은 내구재 소비에 먼저 닿는다. 가전은 구매 단가가 높고 교체 주기가 길어 가계의 원리금 부담과 소비심리 변화에 민감하다.
가전제품 판매액은 2021년 38조2080억원에서 2022년 35조8074억원, 2023년 32조4203억원, 2024년 30조5086억원으로 줄었다. 고금리와 물가 부담이 겹치면 구매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3분기에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유가·원자재값 상승, 주요 지역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시장경쟁 심화 등이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제품 수요와 원가가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AI 서버용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설비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부문이 90조원에 가까운 영업흑자를 낸 반면, 스마트폰·TV·가전 중심의 DX 부문은 80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전자업계 안에서도 완제품과 부품의 손익 방향이 엇갈린 셈이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메모리 수요가 반도체 부문 실적을 떠받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흐름은 AI 서버용 메모리와 기업용 SSD 수요가 반도체 수출을 이끈 흐름과도 맞물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 집계에서 2026년 7월 반도체 수출은 410억 달러(약 56조5000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178.8% 증가했다.
고대역폭메모리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AI 서버는 대규모 연산을 처리해야 해 기존 서버보다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냉각 설비 요구가 크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막연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기적인 메모리 공급부족 신호들이 강력하게 발생했다”며 “HBM 등 중요 스페셜티 메모리 제품의 2028년 공급확약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 가능성이 반도체 업황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된 것이다.
LG전자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을 새 축으로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7월 30일 뉴스룸에서 2분기 연결 매출 23조8265억원, 영업이익 1조5791억원을 기록했고 로봇과 AIDC 냉각솔루션 등 신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IDC는 AI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AI 서버는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커 냉각 설비가 데이터센터 운용 비용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고금리 환경은 전자업계 전체를 한 방향으로 밀지 않는다. 가전은 소비와 비용 부담을 봐야 하고, 반도체와 냉각솔루션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흐름을 함께 봐야 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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