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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거래소에 유동성을 공급하라!"
분자파수꾼

1,000만 원짜리 비트코인 1개를 단돈 1,000원에 구매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고 할 만큼 큰 행운이라 볼 수 있겠죠? 놀랍게도 최근에 비트코인을 1,000원에 구매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2012년이 아니라, 2020년에 코빗 거래소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때는 2020년 2월 10일. 그날은 코로나19발 악재로 미국 증시와 금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이 폭락하던 시기였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이틀 전에 10% 가까이 폭락한 이후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였습니다. 그때 여러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대량 매도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 번 더 확 떨어졌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빗 거래소에서 순간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000원까지 떨어진 겁니다. 그래프 오류가 아니라 실제로 1,000원에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오늘은 '10,000배 잭팟'으로 불리는 이 사건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유동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이는 해당 암호화폐 거래소의 "유동성 부족"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나 주식 같은 투자 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선 파는 사람 외에도, 반대쪽에서 누군가가 자산을 사기 위해 매수 주문을 해야 합니다. 매수 주문이 부족하면, 판매자는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구매자를 찾아야 합니다. 반대로 매도가 적고, 매수 주문이 많으면 자산이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이게 거래소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당시 코빗에선 약 500BTC가 매도됐습니다. 그런데 코빗 거래소 내부 BTC 매수 주문이 500BTC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판매자는 500BTC를 살만한 매수자를 찾지 못했고, 1,000만 원... 900만 원... 800만 원... 비트코인이 모두 팔릴 때까지 더 싼 매수자와 계속해서 연결한 겁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싸게 살 사람을 찾던 매도자는 결국 '헐값'인 1,000원에 사려는 사람까지 만나게 됩니다.

 

당시 10만 원 밑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이 100개를 넘는다고 하니, 그 순간 1,000만 원짜리 비트코인을 산 사람들은 100배 이상 수익을 얻는 로또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1,000만 원짜리를 10만원에 판매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유동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거래소와 그 대응 방안들

 

 

 

 

 

 

 

 

 

 

 

 

 

앞서 언급한 거래소 내에서 자산을 사고팔고자 하는 사람(매수, 매도 주문)을 "유동성"이라고 합니다. 코빗의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거래소에선 사용자들이 2~3% 손해를 보면서 자산을 매매하곤 합니다.

 

유동성은 공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래소에 사용자를 많이 데려와, 그들이 매수/매도 주문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를 위해선 투자자들이 다른 거래소가 아니라 우리 거래소를 사용할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하기 하는데요. 결국 가장 정석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입니다.

 

사실 유동성이 없어도 거래소 측에서 미리 비트코인 대량 매수 주문을 넣어서 극단적인 사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때, "시장 조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부 거래소(특히 마진 거래소)는 미리 매수, 매도 주문을 만드는 사람(마켓 메이커)에게 "수수료"를 인센티브로 지급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유동성은 DeFi 업체들에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동성 부족은 신규 투자자 유입에 큰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디파이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동성 공급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이제 서비스를 통해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카이버 네트워크(Kyber Network)

 

 

 

 

 

 

 

 

 

 

 

 

 

카이버 네트워크는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 프로토콜로,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입니다. 카이버에선 오더북(구매자와 판매자의 모든 매수 및 매도 주문을 기록한 전자 목록) 없이, 간단한 UI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하지 않은 초심자도 쉽게 토큰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카이버는 유동성 공급자에게 거래 수수료로 가져간 토큰(KNC 토큰) 일부를 지급합니다. 보상으로 지급된 KNC 토큰은 카이버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조직(DAO)에서 투표를 진행하거나, 유동성 공급자로 활동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유동성 공급자에게 일부 지급하고 남은 수수료(KNC)는 소각합니다. 이러한 토큰 이코노미 덕분에 카이버 네트워크 전체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KNC 토큰 소각량도 증가합니다. 플랫폼의 거래량과 KNC 토큰 가치가 비례하는 구조입니다.

 

카이버 네트워크는 또한 여러 유동성 공급자들의 유동성을 합치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카이버를 사용하는 디앱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다양한 유동성 공급자들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카이버를 활용한 디앱(DApp)은 85개가 넘습니다.

 

 

 

 

 

 

 

 

 

 

 

 

 

 

 

유니스왑(Uniswap)

 

 

유니스왑 역시 유동성 공급자에게 보상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자체 토큰을 유동성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카이버 네트워크와 다르게, 유니스왑은 공급자가 공급한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만약 [이더리움 - A 토큰] 거래 유동성을 공급한다면, 카이버 네트워크에선 KNC 토큰을 보상으로 받습니다. 하지만 유니스왑에선 A코인와 이더리움을 보상으로 받는 식입니다. 또한 유니스왑은 거래자가 지불하는 수수료 전부(0.3%)를 유동성 공급자에게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동성 공급자를 유치하는 방식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인기가 많은 토큰에만 유동성 공급자가 몰린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유니스왑에서 유동성 공급자가 적은 토큰을 교환하면, 코인 시세보다 다소 비싼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대부분의 탈중앙화 거래소가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탈중앙화 거래소를 사용할 땐, 사전에 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꼭 확인하세요!

 

 

 

 밸런서(Balancer)

 

 

밸런서는 리퀴디티 마이닝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불리지만 앞선 두 플랫폼과 비슷한 시스템입니다. 유동성 공급자가 밸런서에서 "유동성 풀"을 생성하면, 거래량에 따라 BAL 토큰을 지급합니다. BAL은 밸런서 플랫폼의 거버넌스 토큰입니다. BAL은 매일 14만 5천 개, 연간 총 750만 BAL 토큰이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지급됩니다.

밸런서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자 입장에서) 앞선 플랫폼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점입니다. 밸런서에선 공급자가 직접 수수료를 설정할 수 있으며, 최대 8개 토큰으로 유동성 풀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앞선 유니스왑은 두 가지 토큰을 1:1 비율 가치로 공급할 때만 유동성 공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밸런서는 유동성 공급에 대한 유연성과 리퀴디티 마이닝을 무기로, 부동의 1위 유니스왑을 제치고 얼마 전 DEX 예치금 1위로 올라섰습니다.

 

 

 

 

 

 

 

 체크 포인트 : 유동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디파이 사용자와 공급량은 중앙화 거래소에 훨씬 못 미칩니다. 불편한 UX와 해킹 문제, 무엇보다 부족한 유동성이라는 약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파이는 다른 탈중앙화 서비스 (디앱, 지갑)와 결합이 쉬우며, 사용에 제한 (KYC, AML, 국가 제한)이 없다는 고유한 장점이 있습니다. 사용자 자산에 대한 주권이 보전되어 "먹튀"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해킹과 취약점 공격에 쉽게 노출되기도 합니다.)

 

어떤 플랫폼이든 적절한 경쟁자가 존재해야 성장하는 법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탈중앙화 거래소는 그 속도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장점이 있는 두 분야(DeFi, CeFi)가 균형 있게 성장해 투자자에게 더욱 나은 환경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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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CWT
  • 2020.06.30 14:31:37
감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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