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2026년 2분기 실적에서 잇따라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주가 흐름은 기업마다 크게 엇갈렸다. 실적 개선 자체보다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얼마나 더 넘어섰는지가 주가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네트워킹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스는 4분기 매출이 172억5천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168억2천만달러를 웃돌았다. 2027 회계연도 매출 전망도 720억∼734억달러로 제시해 LSEG 예상치 686억9천만달러를 상회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인 하이퍼스케일러로부터 들어온 인공지능 인프라 수주도 4분기에만 40억달러, 2026 회계연도 전체로는 93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오름세를 보이다가 결국 4% 넘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이미 56% 이상 오른 만큼, 시장이 이번 실적을 새로운 호재보다 기존 기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인공지능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가 더 크게 부각된 클라우드 기업들은 강한 주가 반응을 보였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는 2분기 매출이 5억8천230만달러를 기록했고, 인공지능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6배 가까이 늘면서 주가가 34.1% 급등했다. 코어위브도 연간 실적 가이던스(기업이 제시하는 향후 실적 전망)를 상향 조정한 뒤 주가가 17.4% 올랐다. 수주잔고는 1천42억달러로 3개월 만에 50억달러 가까이 늘었다.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 역시 2027 회계연도 매출 전망이 월가 예상치를 웃돌고 수익성 지표인 마진이 개선된 영향으로 주가가 19.0% 상승했다.
대만 폭스콘, 정식 명칭 훙하이정밀공업도 인공지능 서버 확산의 수혜를 확인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폭스콘은 2분기 순이익이 599억7천만대만달러, 달러 기준 약 18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 서버를 포함한 클라우드·네트워킹 제품 부문이 전체 분기 매출의 51%를 차지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마이클 창 순환 최고경영자는 엔비디아 차세대 서버인 베라루빈의 양산 준비를 3분기부터 시작해 4분기 출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내년 인공지능 서버 랙 시장의 핵심 변수로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코워스 공급 능력을 지목했다. 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계속 강하더라도, 실제 출하량은 후공정 생산능력이 받쳐줘야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실적 시즌은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에서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다만 이제 시장은 단순한 실적 호조만으로는 쉽게 반응하지 않고, 얼마나 큰 폭으로 기대를 뛰어넘는지와 향후 공급 능력까지 함께 따지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관련 종목 안에서 기업별 주가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