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블록체인이 ‘해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함’으로 변하고 있다. 콜드카드 지갑 해킹 사건을 둘러싸고 피해자들과 이용자들이 거래에 메시지를 실어 해커에 직접 호소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다.
7월 30일 발생한 콜드카드 하드웨어 지갑 해킹 이후, 공격자가 통제하는 것으로 지목된 주소 ‘bc1qq85v2c926eg6pgxhwp6q7lf6cnsz80qs3fcu9r’에는 약 3600만 달러(약 513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BTC)이 쌓였다. 해당 주소는 갤럭시 리서치 등 블록체인 분석 기관이 해커 연관 지갑으로 특정했다. 이후 이 주소로 소액의 비트코인과 함께 짧은 문장을 담은 거래들이 잇달아 유입되고 있다.
이 같은 메시지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OP_RETURN’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이 기능은 거래 데이터에 짧은 텍스트를 기록할 수 있게 하며, 한 번 기록되면 블록체인에 영구 저장된다. 원래는 문서 타임스탬프나 간단한 증명 데이터를 남기기 위한 기술이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의 감정과 요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제발 돌려달라” 해커 향한 공개 메시지 확산
온체인 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해당 지갑으로 전송된 메시지 상당수는 자산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훔쳐간 돈을 일부라도 돌려달라”, “내 5 BTC 중 80%만이라도 반환해달라”와 같은 절박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메시지들이 모두 실제 피해자의 것인지는 확인이 어렵다. 일부는 동정 여론을 노린 제3자의 행동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흥미로운 점은 메시지의 성격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비트코인 세탁과 KYC, 현금화를 10% 수수료로 돕겠다”는 조건과 함께 텔레그램 계정을 남겼고, 또 다른 메시지는 사건과 무관하게 “1 BTC를 지원해달라”는 개인적 요청을 담고 있다. 심지어 시 형태의 문장까지 등장하며 일종의 ‘블록체인 낙서판’처럼 변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기능과 군중 심리가 만든 특이한 현상
이번 사례는 비트코인(BTC)의 기술적 특성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결합해 만들어낸 독특한 장면으로 평가된다. 과거 2020년 루비안 채굴풀 해킹 당시에도 운영진이 OP_RETURN을 통해 해커와 접촉을 시도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다수의 개인이 집단적으로 메시지를 남긴 경우는 드물다.
콜드카드 해킹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1억 달러(약 1425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자가 보관(self-custody)’ 방식의 보안 취약성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영구 기록 매체’라는 특성을 어떻게 활용—혹은 남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피해 회복이 어려운 탈중앙 시스템에서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