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프다오(KelpDAO) rsETH 브리지에서 11만6500 rsETH, 약 2억9200만 달러(약 4117억원)가 탈취되면서 탈중앙화금융(DeFi) 대출시장까지 충격이 번졌다. 스파크(Spark)가 사전에 설정한 보수적인 담보 한도는 외부 자산의 문제가 대출시장으로 확산하는 속도를 늦춘 사례로 평가됐다.
레이어제로(LayerZero)는 켈프다오의 rsETH 브리지가 4월 18일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사고는 레이어제로를 이용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켈프다오의 크로스체인 경로에서 발생했다.
공격 시각은 한국시간으로 4월 19일 오전 2시35분이다. 유니체인(Unichain)에서 이더리움(ETH)으로 향하는 1-of-1 분산검증네트워크(DVN) 경로에서 위조 패킷이 검증을 통과했고, 이더리움 측 어댑터에 묶여 있던 rsETH가 풀려났다.
DVN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를 오가는 메시지가 정상인지 확인하는 검증 체계다. 1-of-1 구조에서는 검증 경로 하나가 메시지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해당 경로의 기반 인프라가 오염되면 위조 메시지를 걸러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레이어제로는 단일 DVN 설정과 하위 원격프로시저호출(RPC) 인프라 오염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스마트컨트랙트 자체의 오류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검증하는 운영 구조가 공격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레이어제로는 문제가 켈프다오의 rsETH 설정에 국한됐으며 다른 자산이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파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외부 브리지에서 시작된 사고는 rsETH가 담보로 쓰이던 에이브(AAVE)로 번졌다. 공격자 주소 7개를 통해 에이브에 공급된 rsETH는 8만9567개로 집계됐으며, 에이브는 rsETH와 래핑된 rsETH(wrsETH) 시장을 동결한 뒤 WETH까지 추가로 잠갔다.
에이브의 스마트컨트랙트 자체는 침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탈취된 rsETH 일부가 담보로 유입되면서 해당 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출 포지션이 부실 위험에 노출됐다. 본지는 앞서 에이브가 이번 공격 여파로 1억9500만 달러(약 2750억원)의 부실채권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rsETH는 통상 이더리움 스테이킹 자산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유동성 재스테이킹 토큰이다. 이런 자산이 대출 담보로 채택되면 자본 활용도는 높아지지만 브리지나 가격 연동 구조에서 발생한 충격이 담보 가치와 대출 건전성에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파크렌드(SparkLend)는 사고 발생 1년여 전부터 rsETH의 담보 위험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스카이(Sky) 포럼에 게시된 2025년 3월 9일 위험 평가 문서는 rsETH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2%, 청산 기준을 73%로 제안했다. LTV는 담보 가치 대비 빌릴 수 있는 자산의 비율이다.
같은 문서는 rsETH의 차입 한도를 0으로, 공급 한도를 2000 rsETH로 제시했다. 최대 공급 한도도 2만 rsETH로 제한하고 rsETH와 ETH의 교환 비율을 반영하는 오라클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공급 한도는 담보로 유입되는 rsETH 물량을 제한하고, LTV는 해당 담보를 기반으로 빌릴 수 있는 규모를 낮춘다. 차입 한도 0은 rsETH 자체를 빌릴 수 없도록 한 설정이다.
당시 에이브에는 2025년 3월 7일 기준 약 8억3700만 달러(약 1조1802억원) 상당의 rsETH가 공급돼 있었다. 상위 5개 공급자가 전체 물량의 약 89%를 차지해 소수 대형 계정의 움직임이 시장 건전성에 미칠 영향도 큰 구조였다.
갤럭시 리서치(Galaxy Research)는 사고 이후 스파크렌드와 플루이드(Fluid), 업시프트(Upshift)가 몇 시간 안에 rsETH 시장을 동결했다고 분석했다. 에이브가 rsETH 기반 대출에 더 높은 LTV 구조를 적용한 것과 달리 스파크렌드는 72%로 제한해 충격을 흡수할 여지를 뒀다는 평가다.
이 조치가 브리지 손실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다. 다만 차입 한도와 공급 한도를 사전에 낮게 설정하고 사고 뒤 시장을 차단하면서 부실이 대출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경로를 좁혔다. 스파크의 사례는 담보 자산을 받아들이는 단계에서 유동성뿐 아니라 브리지와 오라클의 위험까지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켈프다오는 레이어제로의 기본 설정과 인프라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레이어제로는 켈프다오가 1-of-1 DVN 구성을 선택했다고 맞섰다고 코인데스크는 전했다. 원인 귀속이 갈리는 만큼 단일 검증 구조를 누가 선택하고 관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번 사고는 개별 브리지의 검증 실패가 담보 자산을 거쳐 대출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브리지 보안과 함께 LTV, 차입 한도, 공급 한도 같은 담보 관리 장치가 디파이의 손실 범위를 결정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검증 출처: 레이어제로 사고 보고서, 에이브 사고 보고서, 스카이 포럼 위험 평가, 갤럭시 리서치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