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블록체인 인텔리전스에서 머신러닝을 판단 주체가 아니라 보조 도구로 써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주소 묶기와 엔티티 귀속은 예측 모델보다 재현 가능하고 감사 가능한 증거 기준으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체이널리시스는 14일 공개한 글 ‘Machine Learning Has a Specific Role in Blockchain Intelligence’에서 자동화 도구의 출력을 검증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면 잘못된 주소 묶기와 후속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머신러닝을 지갑 세그먼트 식별에는 쓰지 않고, 리드 생성과 이상 탐지, 패턴 인식, 스캠 탐지처럼 확률적 신호가 허용되는 영역에 선별적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클러스터의 의미를 나누는 데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별도 보고서 ‘Defining the Cluster’에서 블록체인 주소 분석을 △구조적 판단 △속성 부여 △운영자 판별로 구분했다. 여러 주소가 같은 통제 아래 있는지 판단하는 구조적 주장에는 결정론적이고 재현 가능하며 감사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서 머신러닝은 구조적 주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측 모델은 의심 패턴을 찾거나 조사 단서를 좁히는 데 쓸 수 있지만, 주소가 같은 주체에 의해 통제된다는 결론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체이널리시스가 이번 글에서 강조한 ‘책임 있는 머신러닝’은 더 많은 자동화가 아니라, 자동화를 쓰지 말아야 할 영역을 먼저 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논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도 닿아 있다. 거래소, 수사기관,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온체인 주소 분석을 의심 거래 탐지와 자금 추적에 활용한다. 주소 묶기와 엔티티 귀속이 부정확하면 정상 이용자가 고위험 대상으로 분류되거나 수사 단서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본지는 앞서 주소 오용과 고위험 주소 분류가 실제 손실 추산으로 이어진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독립 연구도 이 논쟁의 기준점으로 제시됐다. USENIX Security 25 논문 ‘Ghost Clusters’는 체이널리시스 분석 결과를 압수된 불법 서비스 3곳의 실제 주소 데이터와 대조했다. 연구진은 체이널리시스의 특정 서비스 귀속 정확도 하한을 24.54%~94.85% 범위로 제시했고, 오탐률은 0.5% 미만이라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같은 연구를 인용하며 자사 데이터의 정확성과 낮은 오탐률을 강조했다. 다만 연구 원문은 정확도 범위를 서비스별 하한으로 제시했고, 회사의 후속 글은 ‘최대 94.85%’와 더 낮은 오탐률 표현을 전면에 배치했다. 기사화 과정에서는 연구 원문 수치와 회사의 홍보 표현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체이널리시스의 방법론 논쟁은 법정 신뢰성과도 연결된다. 회사는 2024년 ‘United States v. Sterlingov’ 관련 판단을 들어 검증 가능한 휴리스틱과 재현 가능한 절차가 블록체인 분석의 방어력을 높인다고 해석한다. 이번 글도 기술 성능보다 증거 기준을 앞세워야 한다는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공개 반응은 제한적이다. 링크드인에서는 업계 인사들이 클러스터와 실제 조직, 패턴과 범죄 의도를 곧바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호응했다. 이번 글 자체를 둘러싼 넓은 공개 논쟁은 확인되지 않았다.
체이널리시스의 메시지는 블록체인 인텔리전스 시장에서 AI 활용 경쟁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회사는 머신러닝을 도입하되 주소 구조 판단과 증거 기반 귀속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화가 분석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법정과 컴플라이언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설명 가능한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